『대학 나와야 무엇합니까?』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한 면을 드러내는 말이다. 대학 진학이 인생의 최대 목표인 양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나라 입시 풍속도는 세계에서 유래 없기로 유명하다.
자신의 인생관과는 별도로 점수에 따라, 사회에서의 입신출세를 위해 대학 진학을 선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에서 대학 교육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지 낙관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것 같다.
지난해 취재차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우리나라 대학 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서울대학이 없어져야 한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교수의 주장은 서울대에 몸 담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사제지간의 정이나 학문을 배워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학생들의 의지를 느끼기 어렵고 어떻게 하면 출세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는 얘기였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고, 더군다나 이러한 학생들의 생각이 순전히 그들의 잘못이라고 규정하기 어렵지만 소위 한국 최대 학부인 서울대학에 근무하는 교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쉽게 넘어가기는 어려울 듯 싶다.
최근 한양대학교가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내년부터 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는 결정이 세인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출세 위주의 교육보다는 공동체적 나눔과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학생들을 배출하겠다는 대학 당국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문민시대를 맞아 개혁 바람이 전국 방방곡곡을 강타하면서 교육계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더군다나 상문고 사건으로 교육계 개혁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물론 각 대학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제화 개방화에 따라 각 대학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국 대학 또는 학원이 밀물처럼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대학은 교수평가제를 도입,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교수 자격 심사에 학생들의 의견과 1년에 한 번 외국의 권위 있는 학술 잡지에 논문을 1회 이상 발표해야 응시 자격을 주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안이 모색되는가 하면 외국 대학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국제화를 맞아 외국어 수업을 실시키로 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생 선발부터 바뀌어야 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제도(국민학교 중등학교 포함)의 전면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학 졸업이 인생의 성공이고, 대학 졸업자만이 대우 받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올바른 인간교육과 학문적으로 성숙한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유학생이 외국의 의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우수한 성적으로 시험을 치뤘으나 외국 대학은 그 학생이 헌혈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선발에서 제외시켰다는 최근 보도는 대학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인간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이 헌혈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학생을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고 판단,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입학을 불허했다는 것이 바로 교육자의 올바른 자세임을 아무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학생의 인격과 장래에 대한 꿈과는 별도로 고득점만 하면 훌륭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풍토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외국 대학의 이 같은 처사에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편이다.
관계자들은『우리나라 대학이 올바로 나가기 위해서는 그 선발 과정서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대학 졸업자만이 인정 받는 사회에서 탈피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자신들의 인생 목표에 맞는 학교에 진학하도록 교사와 학부모들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풍운의 꿈을 안고 고생스런 외국 유학 생활을 하고 돌아와봤자 일자리를 못 구해 자살하거나 폐인이 되는 것을 주위에서 흔하게 보게 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고급 실업자군을 형성, 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 졸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분위기를 넓혀가야한다.
한국의 대학은 해방 후 지금까지 혼란기를 겪어왔다. 군사독재정권의 출범 후 한국의 대학생들은 학문 탐구보다는 민주주의를 위해 정력을 기울여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학이 민주주의에 상당히 기여해왔음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맞는 한국의 대학과 대학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인격적으로 성숙함은 물론 학문적으로도 우수한 전인적인 인간 교육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더 이상 대학이 입신출세의 장으로 이용돼서도 안 되고, 교수와 학생이 서로 멱살을 잡는 추태를 보여서도 안 된다. 인간과 인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사제지 간에 서슴없이 나누는 모습을 캠퍼스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분위기, 선후배가 함께 모여 열띤 토론을 펼치는 분위기가 넘쳐나는 대학을 위해 국민적 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교육천하지대본야라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상기하고 교육 개혁을 위해 정부와 학계는 물론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고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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