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백색가루로 불리는 마약의 공포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왔지만 대부분 나와 무관한 남의 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 마약문제를 대하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마약류 중독자는 이제 일부 부유층의 자녀나 연예인, 술집 종업원 사이에서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상습 복용돼왔던 단계를 넘어 상습 복용자만 전 국민의 1%를 웃도는 4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단적으로 전 국민의 상당수가 환락의 늪에 빠져 있다는 충격적인 설명이다.
마약류는 주로 우리나라 마약의 주종을 이루는 화학적 합성마약인 히로뽕을 비롯 코카인, 아편, 헤로인, 대마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상용시에는 환청이나 공포에 빠져 헤어날 수 없는 치유 불능의 인간으로 몰고가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수입 사무기상사를 경영해 기반을 잡은 이정우(42)씨의 경우 몇 해 전 줄이은 망년회가 있던 무렵 서울 강남의 어느 카페에서 종업원이 건네준 「술 깨는 특효약」을 먹고 나면서부터 히로뽕 중독자가 된 경우이며 24세의 조영장씨는 친구를 따라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습 복용자가 됐다.
무엇보다 이들 마약 복용자들은 한 번 사용한 뒤로는 마약을 복용하지 않고는 극도의 공포감과 불안 증세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마약 복용자들은 작은 벌레들이 온 몸을 기어다니는 환각에 빠져 송곳으로 살을 후벼 팔 정도로 극심한 불안 증세에 도달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호기심과 별다른 의식없이 접하게 된 마약류가 이처럼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데도 죽음의 가루로 불리는 마약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발전과 배금주의의 확산으로 인생을 즐기고 보자는 퇴폐적 쾌락주의 양산과 과열 경쟁사회의 고학력 선호현상에 따른 탈락자들의 정신적 방탕, 복합 다양한 약물 사용자 출현 등이 마약 복용자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마약 복용자가 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풍토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조건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이런 점에서 마약 관계자들은 마약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마약의 제조나 밀수자를 강력히 단속, 공급원을 봉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수요를 줄이는 일이 더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약에 새로 빠져드는 사람이 없도록 계몽을 강화하고 적발된 마약 사범을 철저히 치료, 다시 마약에 손 대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마약 사범의 재범률을 81년에 40%이던 것이 88년에 60%, 최근에는 70%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같은 마약류 사용자들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자가 아닌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와 재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중독자 치료와 재범자 차단에 역점을 두지 않을 경우 새로 빠져드는 마약 복용자의 재범자들을 포함, 엄청난 속도로 마약 복용자가 늘어난다는 지적이며 수사와 단속 위주의 마약 퇴치 활동을 치료 위주로 바꿔야 그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약류 중독자들은 아무리 무거운 형벌을 내려도 중독성을 제거하는 치료가 따르지 않으면 정상인으로 돌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에서 마약류 중독자 전문 치료기관 건립과 치료 보호제도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도 대부분의 마약류 상용자들은 재활보다는 처벌 위주의 법에 묶여 일생을 마약류 상습 복용자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국립정신병원 김경빈 박사는『마약 중독자의 치료문제는 당사자나 가족, 사회가 모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실정』이라고 지적하고『수사 중심의 현실에서 탈피, 치료를 위한 마약 퇴치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빈 박사는 이와 함께『예방활동은 정부에서 앞장 서기보다는 종교단체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며 특별히 종교단체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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