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선서문 해설 I (교본 71쪽)
레지오 선서문을 풀이한 책인「사도직 신학」(요셉 쉬넨스 추기경, 최익철 신부 옮김, 크리스찬 출판사, 1986 제 삼판)을 간추려 교본의 레지오 선서문을 해설하고자 한다. 선서문은 대별하여 모두 다섯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대목씩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대목:『지극히 거룩하신 성신이여, 저(성 본명)는 오늘 레지오 단원으로 등록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 홀로는 값진 봉사를 드리지 못함을 아옵기에 비오니, 저에게 오시어 당신으로 충만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의 보잘 것 없는 행위가 당신의 힘으로 지탱되어 당신의 위대한 목적을 이루는 연장이 되게 하소서』
이 선서문은 성령을 직접 부름으로써 시작된다. 선서는 레지오 단원이 성령과 맺는 계약이기에 단원은 자신이 성령의 도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먼저 자신이 사명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성령께 아뢴다. 자신의 부족함과 비어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성령께서 부족함과 빈 곳을 채워주시기를 간청한다.
성령은 겸허한 단원을 당신의 도구로 쓰신다. 겸허한 단원으로서 성령의 도구가 될 때 비로소 이웃을 위한 봉사가 값지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성령의 충만하심과 위대하심이 단원 자신의 비어 있음과 보잘 것 없음에 작용하여 인류 구원이라는 하느님 위대한 목적을 이루게 된다.
그러기에 단원들은 레지오의 시작기도에서『오소서 성신이여, 믿는 이들의 마음을 가득히 채워주소서』라고 합송한다.
둘째 대목:『당신께서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 세상을 새롭게 하시고자 오셨으되, 마리아를 통하지 않고 하시기를 원치 않으셨음을 아옵기에, 우리 또한 마리아 없이는 당신을 알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함을 압니다. 완전한 레지오 봉사의 비결은 당신과 하나가 된 마리아께 온전히 결합하는 데 있음을 저는 깨닫습니다』
이 대목은 성령과 마리아와 그리스도의 관계를 언급함과 동시에 은총에 있어서 성모 마리아의 보편적 중재를 밝히고 있다.
성령과 성모와의 관계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맺어진 두 사랑의 계약이다. 즉 성령은 인간 쪽으로 내려오는 하느님의 사랑이고 성모는 피조물 가운데서 가장 순결한 사랑으로서 하느님께로 올라가는 인간적인 사랑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성령으로 동정녀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심을 믿으며』라는 사도신경의 내용처럼 두 사랑이 만나는 지점으로서 계약의 매듭이다.
성령과 마리아는 똑같이 사람들 안에 그리스도를 만드는 분이시다. 마리아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중개도 하고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중개도 한다. 다시 말해 마리아는 사람들을 성령께로 인도하는 분인 동시에 성령의 은혜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분이다.
레지오는 은총에 있어서 성모의 보편적 중재를 성교회와 함께 믿고 있다. 교왕 베네딕도 15세는 1921년에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의 미사와 성무일도를 윤허하고 5월 31일에 지내도록 하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964년에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 천주의 모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역할을 설명하였고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재성에 예속된 복되신 동정녀의 중재의 뜻과 힘을 밝혔다(교회헌장 60항 참조).
1971년에 경신성성이「은총의 어미니요 중재자이신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라는 호칭의 미사 경문을 인준하였다. 이 미사 경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고 성모의 모성적 역할과 중재의 임무를 함께 기념하면서 축일을 5월 8일에 지내도록 하고 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과 배려에 의해 모든 은총의 중재자요 분배자가 되신 분이다. 그리고 은총과 결부된 완전한 레지오 봉사의 비결은 성령과 하나가 된 성모 마리아께 온전히 결합하는 것임을 레지오 단원은 깨달아야 한다. 마리아와의 일치는 하느님께로 가는 길인 동시에 이웃에게 가는 길인 까닭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