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이사와 감사를 역임하고 현재 금융결제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원로 금융인이 최근 미국 최초의 성인 엘리사벳 씨튼의 영성을 다룬 서적을 번역해 화제가 되고 있다.
「경제지표와 경제 분석」등 본격적인 경제학 저서를 발간하기도 했던 박찬문(대건 안드레아ㆍ59ㆍ서울 잠실7동 본당) 원장이 이번에 번역한 책은 18세기 말 19세기 초 한 아내이자 미망인이며 다섯 자녀의 어머니이자 신설 수녀회의 창설자 교사였던 성 엘리사벳 씨튼의 일기와 기도문을 담은「성녀 엘리사벳 씨튼과 함께 하는 기도 (원제: Praying With Elizabeth Seton 마가렛 엘더만 조세핀 번스 지음 가톨릭출판사 발행).
박찬문 원장은『사랑의 씨튼 수녀회와의 인연으로 번역을 요청 받고 틈틈이 책을 읽던 중 성녀의 생애와 영성이 마음에 와닿아 그 감동을 나누고 싶었고 씨튼 성녀의 책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성녀를 알리는 계기도 될 것 같아 번역을 하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
『전문 분야를 막론하고 번역은 처음입니다. 책을 펴낸 경험은 있지만 종교나 영문학 전공자도 아닌 처지에서 번역을 하려니까 힘들었습니다. 늘 교회활동이 부족하다고 느끼던 차여서 기도와 봉헌의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했었죠』
미국 유학생활과 해외 근무활동 등으로 평소 어학 실력에는 어느 정도 자신을 가지고 있었던 박 원장은 막상 번역을 하면서 현대적 영어 문체와 맞지 않는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글들과 씨름을 해야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서신이 주 내용이다 보니 문장 구조와 구두점 대문자 사용 철자법 등이 기본 문법에서 벗어나 난해한 부분이 많았고 이런 이유로 오역의 잘못을 범하지 않을까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9월부터 번역을 시작 금년 2월까지 6개월여 동안 일과를 마친 심야시간과 새벽에 주로 작업을 했다는 박 원장은 무엇보다 건강을 염려한 부인의 걱정과 구박(?)을 들어야 했지만「해야겠다」는 집념으로 일을 추진했다고 여담을 들려줬다.
원문에 실린 글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발췌했던 책들을 미국에서 주문했던 그는 자신이 없는 부분은 영문학자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는데 원서에 충실하기 위해 임의로 삭제하거나 첨가하지 않았으며 최대한 원문의 뜻을 살리기 위해 직역하려고 노력했단다.
『순교하거나 동정으로서 하느님을 증거, 성녀가 된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씨튼 성녀는 다섯 명의 어머니 아내로서 생애가 특이했습니다. 부모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성덕에 이르는 것과 같다고 자주 강조하고 있는 것 등이 그 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특히 어머니들이 이 책을 통해 성녀의 생애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박 원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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