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가출한 뒤 집에 가기가 싫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유흥업소에 드나들며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했어요. 성적은 자꾸만 떨어지고 대학은 아예 포기하게 됐지요. 호기심에서 본드를 흡입하게 됐는데 이때는 저의 견딜수 없는 현실을 모두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현재 약물 중독으로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있는 권모군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놀랄 만한 일로 다가오지 못하는「청소년 약물 남용」의 원인을 대변해주고 있다.
결손가정, 특히 가족들의 무관심, 올바른 가치관 정립 및 인간성 교육이 결여된 입시 위주의 교육현실,물질만능주의와 퇴폐 외래문화의 성행 등 오늘 우리 가정과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가 바로 청소년 약물 남용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태나 심각성의 강조,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청소년 약물 남용」이 여전히 커다란「사회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이것이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의 노력으로 물리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교회, 민간단체, 정부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93년 한국청소년학회가 조사한 보고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진통제(70.6%) 술(59.7%) 담배(26.9%) 등 법적 제재가 없거나 미약한 약물들을 대부분 사용해 보았으며 각성제(8.4%) 수면제(5.8%) 신경안정제(5.1%)도 적지 않게 먹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나 본드 등 법적 규제가 심한 약물도 청소년의 4%가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러한 약물 사용의 경험은 학생보다는 근로청소년들에게 더 많았고 소년원생의 경우에는 타 집단과 비교가 전혀 안 될 정도로 약물을 무척 많이 사용하고 있어 약물의 사용이 청소년의 비행이나 범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혀주고 있다.
점차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청소년 약물 남용의 커다란 문제는 바로 청소년들이 이러한 약물 중독에 수반하는 부작용에 대해서 너무도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본드, 신나 등은 주성분이 톨루엔이라는 용매로써 신경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인체의 지방대사를 파괴하여 골수, 뇌, 간, 신장 등에 심한 조직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부탄가스는 폐에 가스가 찰 경우 질식사할 수 있고 폭발 위험도 따르며 염색체 이상 등 한창 성장기인 청소년들의 뇌세포나 신경계가 파괴돼 성인이 됐을 때 폐인 지경에 이르게 된다. 또 입시에 대한 중압감, 불안감 등을 이기기 위해 청소년들이 한두 알로 시작, 결국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진정제는 다량 복용할 경우 뇌의 기능을 억제하고 호흡리듬을 유지하는 작용을 억제, 사망에 이르기 하기도 한다.
코카인, 히로뽕 등 마약은 환시, 환청현상 및 피해망상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하기도 하며 커피나 홍차 등의 음료수, 피로회복제 등에 함유된 코카인은 혈압 상승, 위액 분비 증가, 정신기능을 항진시켜 과량 복용하면 초조감을 유발한다.
이러한 약물의 해약에 대한 교육은 물론 청소년들의 약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무엇보다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각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청소년학회가 청소년 약물 남용의 원인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부모의 음주 흡연의 정도가 심할수록 청소년의 음주, 흡연, 본드 사용 등의 경험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무엇보다 부모가 먼저 약물 복용을 삼가는 태도, 자녀에게 술, 담배 심부름도 자제하는 등 솔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강조되고있다.
또한 자녀에 대한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대화가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학교에서는 약물 중독에 대한 무서움을 특별활동시간, 수업시간 등을 통해 교육시키는 한편 사회성 검사, 인성조사, 관찰, 상담 등 여러 조사를 통해 약물 남용 학생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경빈 박사(김경빈 신경정신과 의원장)의 지적대로『약물 중독의 의학적 치료 후에는 반드시 영적인 치료가 뒤따라야 함』으로 청소년 약물 중독을 줄이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으로 요청되고 있다.
박종삼 교수(숭실대학교 사회사업학과)도『어떤 학자들은 어린 시절 종교적 훈련의 부족이 약물 중독과 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면서『문제로부터 약물을 통한 도피 행각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으로 신앙의 차원에서 접근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교회는 이러한 약물에 중독된 청소년을 위한 상담 창구를 보다 넓히는 한편 종교적 치료를 병행하는 전문기관의 설립 등에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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