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 내용과 성과

공의회 의장직은 주로 교황 사절이나 교황의 신임을 얻고 있는 자들이 맡도록 배려되었다. 투표는 나라의 대표권으로가 아니라 참석자들의 머릿수로 하며, 제후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될 수 있는 가능성을 피하기 위하여 참석 위임권을 금지하였다. 회의 중 공의회 수위설의 등장을 막기 위하여 교황과 공의회와의 관계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을 피하도록 하였다.

제1회기(1545~1548)에서는 계시의 원천과 의화론, 성사론 문제가 논의되었다.「다만 성서」라는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에 대하여 사도적 전통인 성전도 성서와 똑같은 경외심으로 존중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성서와 성전이라는 2개의 신앙 원천을 재확인하며「다만 성서」의 주장을 이단으로 단죄하였다. 그리고 성서의 불가따(Vulgata) 번역본을 성서교육이나 교회의 전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정하고 성서 해석에 있어서 교부들의 가르침과 교도권의 해석을 그 규범으로 제시하였다.

「의화론」에 있어서는「다만 은총」설과 타락한 인성의 절대적 타락설을 배척하였다. 믿음이 모든 인간 구원의 시작이며 기초요 근원임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을 보존하여 신앙과 사랑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공로가 되는 선업을 할 수 있다며, 이 선업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성사론」에 있어서 종교개혁의 중심문제와 관련된 모든 성사를 다 다루면서 교회의 정통신학을 더욱 뚜렷이 하였는데 특히 세례와 견진성사에 관한 교리가 정의되었다.

교회 개혁에 관한 논의에서는 성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교나 합당한 준비를 갖춘 성직자가 주교좌 성당, 수도원, 공립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며 주일과 대축일에 강론을 의무화하고 주교가 이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주교나 일반 성직자, 수도자들은 자기 임지를 떠나지 말아야 하며 성직록에 의한 재산 축적을 막기 위해 한 주교가 다른 주교좌를 겸임할 수 없도록 하였다.

트리엔트에서의 전염병 발생과 슈말칼텐 동맹군의 위협으로 1547년 공의회가 갑자기 중단되자 교황이 공의회를 볼로냐(Bologna)로 옮기는 계기가 되었지만 황제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이로 인해 공의회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교황의 사망으로, 공의회의 교황 특사였던 델몬테가 율리오 3세 교황(Ju-lius′ 1550~1555)으로 선출되어 공의회를 재개하였다.

제2회기(1551~1552)에서는 다시 성사문제가 논의되었는데, 특히 미사의 성 변화 때 그리스도의 현존과 전질변화, 고백성사의 사죄의 성사적 성격과 비밀고백, 보속, 그리고 병자성사가 논의되면서 교회의 정통적인 가르침을 더욱 뚜렷이 하였다. 그리고 주교의 권위, 성직자의 복장, 성직록 수여에 대한 규정들을 확정하였다.

1551년 10월에 세 제후들의 사절들과 6개의 프로테스탄트 도시의 대표자들이 트리엔트에 도착했으나 그들은 지금까지의 신앙과 교의에 관한 모든 결의를 취소하여 새로이 논의해야 하고 모든 결의의 근거는 성서에만 의존해야 한다는「성서 원칙」을 처음부터 고수하였다. 그리고 공의회의 결정이 교황의 결정보다 우위에 있다는 공의회 수위설을 다시 주장하며 공의회를 교황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교황은 프로테스탄트의 요구에 대해 더 이상 토의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1552년 봄에 독일 프로테스탄트 제후들이 동맹을 맺고 독일 남부를 침략하자 트리엔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고 카알 5세도 위협을 느껴 공의회를 연기하기로 합의하여 1552년 4월 28일 중단되었다.

제3회기(1562~1563)는 공의회가 중단된 지 10여 년 만에 열렸지만 그 전 회기들보다 더욱 많은 문제들을 다루어 많은 성과를 내었다. 성체성사와 미사성제, 사제서품, 혼인의 성사성 이 외에도 프로테스탄트에서 거부하였던 연옥, 대사, 성인과 유해 공경, 성화상 공경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명확히 하였다. 특히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비밀 혼인을 막기 위하여 소속 본당 신부와 2명의 증인 앞에서 맺어지지 않는 모든 혼인을 무효로 결정하였다. 개혁가들이 미사의 본질을 정통신학과는 다르게 해석하며 이러한 의도로 모국어로 성사 집행한다는 것을 우려하여 옛 관습인 라틴어로 성사 집행을 하도록 하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공의회의 규모로 보아 고대 교회의 세계 공의회와 비교하면 아주 작게 보이고 프로테스탄트와의 일치를 이루는 데는 실패하였지만, 트리엔트 공의회는 교회를 쇄신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한 역사적인 공의회로 평가되고 있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무엇보다도 그 동안 누적되어온 교회 내의 여러 악폐들이 시정되도록 구체적인 개혁 지침을 확정하여 실시함으로써 대혼란의 시기가 마감되고 교회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리고 늘 교회 분열의 위협적인 요소였던 교의적인 문제와 여러 규범들을 명확히 함으로써 교회의 일치를 더욱 강화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공의회는 15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본질적인 요소를 확정케 하는 등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트리엔트 공의회를 마무리 짓기 위해 열린 것으로 평가할 정도로 이 공의회의 결과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