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철도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감축과 시설 현대화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그 방향이다. 현재 철도청은 인력 감축을 단순히 사람을 덜 쓰고 인건비를 적게 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 방식은 철도 경영을 파탄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철도는 본래 노동집약형 산업이다. 선로와 차량의 구체적 조건에 따라 숙련된 기술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차량 종류도 수없이 많고 선로 사정도 천차만별인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장비ㆍ시설 현대화도 이 조건에 따라 체계적으로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계 한대 들여왔다 해서 그 기계 수만큼 감원시키거나 중원을 억제한다면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방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력을 다시 써야 하거나 사고 위험을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감원은 현장의 작업 여건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철도청의 경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층 경영구조와 관리체계의 개혁이 요구된다. 우선 전문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철도는 복잡하고 대단히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올바로 파악하고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둘째로는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철도는 자동차공해, 자동차 교통체증 등에 대응하는 교통체계로서 세계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분야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도시 과밀화로 인한 교통 체증이 극심한 나라에서는 특히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철도 투자는 도시철도에 대한 투자 이외에 거의 등한시되어왔다. 그러므로 일본과 같이 철도건설기금과 같은 재원을 조성하여 집중적으로 지원,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 철도가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기간산업인 만큼 건설과 운영을 분리함으로써 건설 비용이 운영을 압박하여 적자가 누적되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대책도 요청된다.
셋째로, 공사가 되든 안 되든 중요한 핵심은 창의적 경영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하는 일이다. 그동안 철도 경영은 거의 중앙정부의 정치적 판단과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좌우되었다. 인사, 예산, 회계, 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의사 결정이 경직된 행정 절차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비효율성이 극대화된 한편으로, 효율성 제고와 경영 개선을 위한 사업 창출은 거의 철도청 외적으로 결정되어 온 것이다.
넷째, 비정상적인 노사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철도파업에서 드러나듯이 노사간에 교섭의 자주성이 전혀 없다. 노동자의 대표성이 노동조합을 통해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 전기협이 수 년간 노조직선제를 주장해온 것도 정상적인 노조 조직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노사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고 전기협 측의 직선제 주장은 그 대안으로 수용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책들이 종합적으로 세워질 때 새로운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정부 당국은 힘으로 파업을 무력화시켰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 노사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내부 사기는 땅에 떨어져 파행적인 운영체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철도청이 파업 노동자들을 경영 합리화와 연결시켜 대량 감원, 징계하려는 조치는 합리화 자체를 그르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냐하면 철도청의 경영 합리화는 앞서 제기한 문제들에서 발생했고 파업은 그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철도에 등을 돌려 이 시대 철도의 가치를 매장해버리는 불행한 사태를 맞기 전에 칼자루를 쥔 정부 당국의 반성적 문제 해결 노력과 총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청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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