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씨의 집안에는 풋풋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매일매일 50개가 넘는 도시락을 싸기 때문에 나는 냄새일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졌다고 생각하는 요즘 아직도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 있고, 이들을 위해 매일매일 도시락을 싸고 있는 김혜숙씨 가정에는 항상 밝은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전국 각 본당에서 관할지역의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한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밥을 굶는 아이들이 없어질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이 일을 하려 했는데 이렇게 알려지게 되어 쑥스럽지만 이 보도가 결식아동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3월 20일부터 관할 지역 6개 학교(중학교 4, 국민학교 2)의 결식아동들을 위해 매일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는 인천 용현5동 본당(주임=최병학 신부) 김혜숙(베네딕다ㆍ35세)씨와 이갑표(베네딕도ㆍ35세)씨 부부의 말이다. 부부가 빈첸시오 활동을 하게 되면서 세상을 보다 기쁘고 사랑스럽게 보게 됐다는 이들 부부가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장남 이기수(엠마누엘ㆍ용현중 1년)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씨가 도시락을 싸게된 이유가 아들 이군 반 아이가 점심을 굶기 때문이었다.
「사랑의 도시락」 배달을 시작한 김씨의 열의에 용현5동 본당 주임 최병학 신부가 적극 지원하고 나서, 본당 평협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일에 본당 신자들뿐 아니라 지역의 비신자들까지도 동참하고 있어 흐뭇한 정을 느끼게 하고 있다.
매일 김씨 집에는 2~3명의 봉사자들이 모여 보기에도 맛깔스러운 도시락을 싸고 있다. 이들은 오전 10시 30분에 모여 도시락 50여 개를 싸서 배달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직접 용현남ㆍ여중 등 6개 학교를 돌면서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김혜숙씨는『경제가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아직도 끼니 걱정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토로하고『이렇게 결식아동이 생기는 이유는 이혼율의 증가로 결손가정이 많아지면서 소년소녀가장 등 홀로 사는 아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7명 중 1명이 이혼하고 있다는 최근 조사에서 보더라도 가정의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가운데 가장 기초적인 먹거리 해결을 못하는 아이들에게 따스한 사랑을 전달하고 있는 김혜숙씨 가정은『제대로 입지는 못하더라도 먹고는 살아야 되지 않겠냐』며『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관할 지역 학교에 본당 신부의 이름으로「결식아동 조사 의뢰서」를 보내 점심을 굶고 있는 아이들을 조사했더니 50여 명이나 됐다』고 설명했다.
용현5동 본당 관할 지역의 대부분의 학교 관계자들은『오히려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어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처음에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석 달 이상을 매일 어머니들이 도시락을 들고 학교를 찾아오고 있어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며 김씨를 비롯 어머니들을 반기고 있다.
김혜숙씨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도시락 배달을 해나갈 계획으로 결식아동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이젠 대식구로 늘어난 아이들을 생각하며 김씨 부부는『도시락뿐 아니라 도시락 안에 따스한 말 한 마디가 담긴 편지를 넣어 보낼 계획』이라며『결식아동문제가 단지 밥을 먹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이들에게 가정의 따스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매일 따스한 도시락을 받아 먹고 있는 학생들 역시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동료 학생들의 시선에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지만『지금은 도움을 받고 살지만 앞으로 우리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사랑 나눔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김혜숙씨는『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야무지게 말하면서『이 일을 하면 할수록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재 김씨와 함께 빈첸시오 활동을 하는 남편 이갑표(베네딕도ㆍ35세)씨도 도시락 배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사회 속에서도 끼니 걱정을 하는 아이들. 이들의 문제를 방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이들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사랑의 도시락 배달부」인 이들 부부의 사랑이 점점 삭막해져가고 있는 사회 공동체 안에 풋풋한 사랑을 불어넣고 있다.
아들 친구가 도시락을 먹지 못해 시작한 도시락 싸기가 이젠 50여 명이 넘는 큰 일(?)로 불어났지만 지칠 줄 모르고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이들 부부의 모습에는 기쁨이 절로 묻어난다. 모든 것을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생각하고 있는 김혜숙씨 가정,「가정의 해」를 보내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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