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았어. 이렇게 지내다간 서로의 믿음까지 흔들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절충안을 찾았지. ‘새로운 종교로 바꾸자’. 성공회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 ‘쿨’하고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개신교 신자인 나도 천주교 신자인 남편도 적응하지 못하고 엄청 힘들었어.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어색한 모임에 나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 같았어. 주일이 오는 게 겁날 정도로. 양보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내가 천주교 신자가 되기로 결심했어. 친한 교회 친구들과 멀어지고 나 자신에 대해 실망도 했지. 쉽지 않은 선택이었어.”
소피아는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까지 함께 다닌 절친입니다. 언제나 당당하고 용감하고 똑똑해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정아, 나 세례받는다. 네가 대모가 되어줄래. 세례명도 찾아봐줘.”
저는 “잘 생각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신이 났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가 천주교 신자가 된다는 사실에 흥분했습니다. 세례를 받고 소피아는 가족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아이들의 첫영성체도 준비하면서 성당생활에 적응했습니다. 피정도 하고 자모회 엄마들과 함께 기도하는 소피아를 보면서 대모인 저는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십오 년도 넘은 옛날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준비하면서 가만히 그때 일을 생각해보니, 제가 참 속없는 못된 친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다녀왔던 교회를 떠나기로 힘들게 결심한 소피아에게 ‘힘든 결정했네’ 하면서 따듯한 위로의 말 한마디 전한 적이 없더라구요. 한 번만 소피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면 얼마나 큰 선택이고 희생이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조차 안 해본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소피아는 성실하고 지혜로운 신자로 잘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모로서 해준 게 너무 없어 미안합니다. 특히 힘든 결단을 할 때도 혼자 묵묵히 속으로 마음을 다잡았을 소피아를 생각하니 안쓰러운 맘도 듭니다. 그러나 저도 소피아도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더 따뜻하게 소피아를 보듬어 주시리라는 것을. 자신을 온전히 희생할 줄 아는 내 친구, 내 대녀, 내 멘토 소피아. 언제 만나도 늘 마음 편하고 좋은 친구입니다. 올봄에는 소피아를 만나 엄지손을 척 올리면서 “네가 고수다”라고 격하게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게 부끄럽다는 소피아에게 ‘외짝교우와 종교 갈등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작은 기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허락받았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