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 소비재 중심의 소비 붐이 크게 일면서 은행 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외상 구매가 급증하는 등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정개혁 분위기로 한풀 꺾였던 과소비가 경기 회복세를 타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모피의류, 고급 수입가구 매장에 사람이 넘쳐나는가 하면 초대형 TV, 대형 냉장고, 세탁기 등이 급속한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신용카드의 할부 구매(외상 구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4배나 늘어났다. 이것은 빚을 내서라도 쓰고 보자는 소비심리가 확산되고 있을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나타나고 있는 과소비 현상은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소비자들의 현금 보유량이 많아지면서 소비 욕구로 이어지는 데다 세금으로 환수 당할 것을 우려, 보유하고 있는 돈을 사치성 소비제품으로 사두려는 심리 등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신 과소비병으로 진단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이 신용카드의사용을 부채질하는 등 상류층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까지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국어사전에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과소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살아보자고 허리띠를 졸라 매었던 한국인들이 너도 나도 소비 성향으로 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불공정한 경제개발정책으로 말미암은 불공정한 분배를 꼽고 있다. 생산을 통해 큰 돈을 번 소수 기업가들의 사치한 소비생활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 등 쉽게 번 돈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소비는 생산 시설에 투자하기보다 과소비를 조장하는 판촉활동에 힘을 쏟고 토지 투기에 신경을 쓰게 하는 등 기업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며 또한 근로자들의 의욕을 잃게 만들어 자포자기적인 소비 형태를 만연시킨다. 열심히 일해 봤자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대 상실과 의욕 상실이 무분별한 소비 행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에 앞서 과소비문제의 뒷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물질주의적 가치관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회 전문가들은 과소비 사치의 만연은 현대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불안을 물질로부터 보상 받으려는 심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물질과 자기 품위를 동일시하고 자신의 과시 도구로 생각하는 가치관의 전도현상에서 비롯되어진다고 진단한다. 여기서 돈을 빌려서라도 차를 사고 대형 가전제품을 사는 소비심리가 확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망국병으로까지 우려되고 있는 과소비 풍조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어떤 방안들이 마련돼야 할까. 우선 재화와 물질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시키고 불로소득을 철저히 추적 과세하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언론을 통한 소비 조장도 무시 못할 요인이라는 점에서 TV 등 언론매체의 소비 조장 프로그램도 개선돼야 하겠고 정부와 사회단체 등의 소비자 생활 교육 등도 됫받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질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해본다는 입장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살펴보면 제2차 바티칸 공의의 문헌은 사목헌장「만인을 위한 현세 재화」라는 항목을 통해 (69항)『누구나 재화를 사용함에 있어서 합법적으로 수유하는 외적 사물을 사유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공유물로도 여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이동익 신부는『우리에게 주어진 재화는 공동선을 위해, 사회 발전을 위해 맡겨진 것이라는 공동의식이 필요하며 내가 번 것이므로 내 마음대로 한다는 의식은 극단적 이기주의이며 재화에 대한 사회적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정우 신부는『물질은 삶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가치관의 개혁이 사치 과소비 풍조를 없애는 데 무엇보다 필요하다』며『교회는 그리스도교 정신인 절제의 미덕을 강조, 모범을 보이고 교회의 자선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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