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생애 중 마지막 주간은 영원한 구세사의 흐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주님을 따라 다니며 말씀도 듣고 그 하시는 일도 직접 눈으로 본 제자들은 장차 예수의 말씀과 활동을 널리 전해야 하므로 그들이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마지막 사건들의 증인이라는 사실이 복음서 저자에게는 중요하다.
아직 빛이 있는 동안 할 일을 하자고 재촉하시던 주님의 말씀이 생생이 귓전에 울리고 있는 동안 벌써 날은 저물었다. 마지막 주간의 낮과 밤은 시각시각이 예수의 구세활동과 이를 위한 수난의 뜻을 담고 있다. 예수의 일행은 이날 밤을 베타니아에서 지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다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실 때 시장하셨다는 기사로 보아 베타니아의 친구 집에 머물지 않고 야외에서 밤을 지내신 것으로 추측된다.
복음서에서는 이때부터 날짜 계산이 시작되는데 다음날 아침 예루살렘에 되돌아가신 날은 성 월요일이다.
상경길에 시장하셨다는 기사로 보아 아침을 잡수시지 않으신 것이 확실하고 아침을 못잡수셨다는 것은 베타니아의 어느 집에서도 주무시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기서 주님이『배고프다』는 말씀은 며칠 후 십자가에서『목마르다』 라고 외치신 말씀과 함께 사람들의 영혼에 대한 허기와 갈증을 표시한다. 이때에 그 시장기와 갈증을 풀어드려야 할 그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시장기를 느끼신 예수께서는 마침 길가에서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셨다. 그 열매는 시장기를 끄기에는 충분치 않았겠지만 허기를 잠재우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열매를 기대했던 예수는 잎만 무성한 무화과 나무를 보고 실망하신다. 무화과 나무와 그 열매는 성서에서 상징적 뜻을 가진다. 구약성서 호서아 9장 10절은 이스라엘을「맏물 무화과」라고 부른다. 예레미야는 현성(거룩한 영상)을 보며 두 개의 광주리를 보는데 하나는 아주 좋은 무화과가 가득하고 또 하나는 먹을 수도 없는 나쁜 무화과가 가득 차 있었다(24, 1 ~ 10). 좋은 열매의 광주리는 충성을 지킨 추방인을 상징하고 나쁜 열매의 광주리는 고향에 주저앉은 불충한 자들을 상징한다.
이스라엘을 무화과 나무에 비기면서 탄식하는 이가 7장 1절 이하의 말씀이 현재의 본문과 가깝다 :『아, 답답하구나. 여름 과일을 따러 나섰다가…먹고 싶었던 맏물 무화과 하나도 만나지 못했구나』. 예언자가 환멸을 느낀 것은 충실하고 경건한 자들이 그 나라에서 사라지고 모든 인간들이 악행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환멸을 느낀 것은 이스라엘이 진작 맞이해야 할 구세주를 거부하고 음해할 음모를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가까이 가 보았지만 그 무화과 나무는 겉으로 잎만 무성할 뿐 열매는 하나도 맺혀 있지 않았다. 무화과가 익는 철은 빠르면 5월、늦으면 8월경이다. 그러나 무화과 열매는 잎이 나기 전에 먼저 열리는 과수이다. 그러니 예수께서 다가갔을 때 그 나무가 잎이 무성했다면 이미 열매는 맺어 있었어야 할 것이다.
이 무화가 나무는 쓸모 없는 과수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과수는 모두 베어 버린다고 하셨다(루가 13, 6~9). 열매를 맺지 못하는 오늘의 무화과 나무는 이제는 가망이 없게 되었고 영원히 버림 받고 말 것이다. 이 무화과 나무는 이제는 존재 의미를 잃어버렸고, 영원히 말라버릴 것이다.
이 운명의 저주는 이스라엘에게 떨어졌다. 바로 어제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그 멸망을 슬퍼하며 우셨지만 오늘은 감정을 떠나 어쩔 수 없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너는 앞으로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할 것이며 아무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을 생각을 못할 것이다』. 이 나무는 버림 받은 이스라엘을 상징하며 이스라엘은 또 다시「하느님의 백성」이니「다윗의 후예」니 하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윽고 예수의 일행은 예루살렘 도성에 들어가셨다. 올리브산 근처에 있는 베타니아에서 곧장 성전을 향해 가셨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성전에 들를 때마다 가르치셨고 그때마다 군중들은 예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이것이 바로 대제관들과 율법학자들의 비위를 거슬렀다.
이들은 예수를 눈엣가시처텀 생각해 어떻게 처치해야 할까를 두 번이나 의논한 바 있다. 이제는 뭔가 결말을 지어야겠다는 결정적 음모를 꾸었다. 이것이 세 번째 음모였다. 어두움이 드리우자 예수는 도성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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