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살아 숨쉬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훔쳐와(?) 화폭 위에 옮겨 놓으니까 도둑놈이라고 할 수 있지요』
6월 8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갤러리 개관 기념 초대전을 연 하백 전창운(토마스 아퀴나스ㆍ53ㆍ서울 돈암동본당) 화백은 30여 년이 넘는 작품활동을「풍경을 훔쳐온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그가 최근 자신의 생활과 그림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 엮은 책 이름도「풍경 도둑놈」이다.
그에게 작품활동은 붓을 들고 그림을「그리는」것이 아니라「고향초 다듬어 갖은 양념 얹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색면을 수저로 떠올려서 화폭에 얹어놓는」마음으로 그리고「푸짐한 잔치상을 차리는」기분으로 화폭을 장식함으로써 그의 그림은 생활의 향기가 풍긴다.
더우기 그 향기는 인공 감미료가 아니라 풋풋한 고향의 맛을 예감하게 하고 그래서 그의 그림은 어머니의 품에서 느낄 수 있는 안락함을 보는 사람에게 선사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가 그리는 풍경은「산가야창」, 즉 산과 들이 노래하는 모습이다. 그의 자연은 따뜻하고 포근하며 즐거운 세상이다. 그래서 이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도 즐겁고 아름답게 바라보게 된다.
『이 이름다운 세상을 감사하며 존경으로 바라보세요. 이 세상 모든 것이 엄마의 따사로운 품이라 생각하면서 살아봐요. 이 세상을 내 잔치상이라고 바라보세요. 정말 즐겁기만 하지요』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그는 온 세상을 돌아다닌다.『직접 만나고 만져보고 느끼고 부딪쳐서 몸짓으로 행위』하길 원하는 그는 전 세계 곳곳을 직접 밟아보면서 그 땅의 흙과 사람들의 생활을 사진과 그림으로 기록해왔다. 이번에 가진 초대전에서도 유화와 뎃생 작품 외에 사진도 함께 전시했다.
그는 특히 인도인의 종교적 심성에 경탄한다.『신앙이 생활화돼 있는 인도인은 한 발은 땅에 다른 한 발은 하늘에 딛고 있어 삶과 죽음이 분리돼 있지 않아요. 그래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심오한 심성을 존경합니다.』
『세상과 자연을 아름답게 보게 하고 만물의 표정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준 것은 은총』이라는 전 화백은『하느님이 주신 재주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은 은총을 받은 사람들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그런 마음으로 그는 지금까지 지치지 않는 작품활동과 왕성한 전시회를 열어왔고 앞으로도 자신의 그림과 사진들을 이웃과 넉넉하게 나눌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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