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김갑재(요한 보스꼬ㆍ42ㆍ금호동본당)씨 가정은「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 제정한「올해의 좋은 아버지」에 선정된 김씨 못지 않게「좋은 이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이웃이 없고 친구가 없고 시간이 없는 3무의 도회지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김씨는 매주 한 번 정도 동네 아이들을 이끌고 예술의 전당이나 문화 행사장을 찾거나 부모들과 나눌 수 없는 얘기들을 대신해주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앓은 관절염으로 목발을 의지해야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불편한 몸인 김갑재씨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들 민철(요한ㆍ9)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길 바라는 만큼 동네 아이들에게 쏟는 김씨 가족의 정성은 대단하다.
『금호동 지역은 특별히 맞벌이 부부가 많고 아이들이 혼자서 집을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문제, 청소년 문제가 더 심각한 상태였지요』
지난 13일에는 부인 이순이씨와 함께 동네 아이들 30명을 데리고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콩쥐팥쥐」공연을 다녀올 정도로 온 가족이 지역 내 아동들을 위해 나선 셈이다.
특히 김갑재씨 부부는 동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고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점에 착안, 몇 년 전부터는 자신의 집을 아이들이 와서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으로 꾸며 놓았다.
어린이들과 청소년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약 2만 권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 김씨 집은 온 집안이 도서관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온통 책을 읽기 위해 찾아오는 어린이들로 항상 북적댄다.
그래서 집안은 엉망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방이나 마루 침대 할 것 없이 제대로 남아있는 것이 없을 정도지만 김씨나 부인 이순이씨는 단 한 마디의 불평을 하거나 제 집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법이 없다.
그만큼 자신의 집을 이웃을 위한 공간으로 이미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김씨 가족은 전세집도 마련하지 못한 채 월세로 살아가기 때문에 집 주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게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생각으로 집 주인의 눈치를 어쩔 수 없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런 생활 속에서도 김갑재씨는 어쩌다 장애인 단체 등에서 강의를 하고 강사료를 받으면 그 돈을 모아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공연 관람비로 사용하고 만다.
그래서 부인 이순이씨는 하는 수 없이 홈패션을 배워 집안에서 봉제일을 조금씩 하는 수익금으로 근근히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불평이란 있을 수 없다. 부인과 아들 민철이와 뜻을 모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인데 남편이 그 일을 기쁘게 하고 있어 기쁘다』는 부인도 요즘은 틈만 나면 아들 민철군과 함께 아빠가 하는 일을 열심히 거들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독서 지도자를 위한 문화학교를 개설했을 때 이순이씨는 자원해서 강좌를 듣고 와 책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어린이들의 독서 지도를 하고 있을 만큼 더 적극적이다.
현재 김갑재씨가 참여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온 가족과 함께 하는 아이들을 위한 상담과 도서관 운영, 문화공연 관람봉사 외에 법무부 보호관찰소 보호위원, 유네스코 청소년활동 지도자협회 사무국장, 한국청소년보호육성협회 상담위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통해 김씨는 그동안 갈등하고 있는 청소년 6천여 명과 마음을 털어놓고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이들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기도 했다.
개중엔 김씨의 두 칸짜리 좁은 집에서 먹고 자며 김씨가 모아둔 책을 읽고 마음을 다잡은 청소년도 적지 않다.
심지어 가족 내 갈등으로 집을 나온 청소년이 전화를 걸어오면 새벽 2시라도 그곳에 찾아가 그를 집으로 데려오는 쉽지 않은 사랑을 스스로 실천했다.
『청소년들을 선도한다는 생각으로 만나서는 곤란합니다. 애정이 결핍되고 마음을 열 수 없어 비뚤어진 청소년들에겐 꾸준한 만남을 통해 그들의 만남을 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갑재씨는 앞으로「사랑의 종이연」이라는 작은 간행물을 32절지 16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어 마음이 외로운 청소년들과 노인들에게 나눠주어 이웃 사랑의 끈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다만 누군가 이 일에 동참하는 이웃이 있다면 훨씬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가끔은 들지만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김갑재씨 가족의 솔직한 심정이다.
집에 찾아오는 귀한 꼬마 손님들(?)에게 우유나 쥬스를 대접할 수는 없지만 밀가루 반죽으로 빵을 구워주고 김치떡을 만들어 주는 김갑재씨 가족. 김씨 가족은 닫힌 마음에서 불신의 싹이 돋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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