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의 발상지인 경기도 용인지역의 성지와 교회 사적지들이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되고 있어 이에 대한 초 교구적 대응이 요청되고 있다. 특히 이들 성지와 교회 사적지들이 러브호텔이나 골프장, 스키장 등 유흥 유락시설로 전락되고 있어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교회가 유명 성지를 우선적으로 개발함에 따라 그 여력이 일반 사적지까지 미처 미치지 못해 이러한 현상이 벌어졌다지만 지금은 그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훼손된 성지를 복구, 보전하는 일에 총력을 모을 때다. 우선 가장 그 훼손ㆍ방치 정도가 심각한 천진암 주변과 은이공소 골배마실 등지의 현장 실태를 고발, 성지 보전사업의 당의성과 급박성을 촉구한다.
경기도 용인지역의 성지 및 교회 사적지들이 방치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전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특히 이들 성지 및 교회 사적지들이 골프장, 스키장 등 각종 레저시설이 들어서면서 마구 파헤쳐지고 있어 조만간 그 자취조차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수원교구뿐 아니라 명실상부한 한국 천주교회의 모태인 경기도 용인지역의 교회 사적지들은 천진암, 은이공소, 골배마실, 광파리골, 한덕골, 삼막골, 미리내, 무쇠점, 용바위, 퉁점, 손골 등 이름만 들어도 교회사적으로 얼마나 귀중한 자리인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성지와 사적지 중 천진암과 미리내 용인군 수지면에 있는 손골공소 정도가 그나마 개발, 보전되고 있을 뿐 나머지 사적지들은 개인 소유지나 잡초 무성한 황무지가 됐거나 아니면 골프장과 스키장으로 변해버린 상태다.
경기도 용인지역에 현재 방치 훼손되고 있는 성지 및 교회 사적지 중 가장 개발, 보전이 시급한 곳은「은이공소」터와「골배마실」이다. 이들 두 곳은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와 관련해「솔뫼」나「미리내」성지 못지 않게 중요한 사적지이다.
경기도 용인군 내사면 남곡리에 위치하고 있는「은이공소」터는 김대건 신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성 김대건 신부는 이곳 은이공소에서 성 모방 나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신학생으로 간택되어 마카오로 보내졌다.
은이공소는 또한 신품을 받고 사제가 되어 돌아온 김대건 신부의 첫 사목지로 용인지역에서는 한국인 신부가 처음으로 미사성제를 봉헌한 곳이다. 이에「용인천주교회사」(오기선 신부 감수, 조성희 저)는『은이공소는 조선교회 사상 최초의 본당』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은이공소는 아울러 김대건 신부가 귀국해 신자들과 함께 처음으로 미사를 봉헌한 곳일 뿐 아니라 김 신부 자신이 체포되기 전 공식적으로 최후의 미사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
한국 천주교회의 대표적 순교 성인인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가 세례를 받고, 사제가 된 그의 첫 사목지였으며, 김 신부가 첫 미사와 마지막 미사를 신자들과 함께 봉헌한 유서깊은 성지인 은이공소터의 현재 모습은 가히 비참하다.
2천 평 남짓한 은이공소 터는 현재 불교 신자인 권봉희씨 소유가 돼「서울산업사」라는 이쑤시개 공장과 잡초 무성한 텃밭으로 변했다. 15년 전 은이공소의 마지막 주인이던 신현응(요한)씨가 이주하면서 현 소유주 권씨에게 땅을 매각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현재 은이공소 터 소유주인 권씨는 몇 해 전부터 자신의 땅이 천주교 성지라는 것을 알고 땅값을 무리하게 올리고 있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가 6살 되던 해인 1827년 정해박해를 피해 김 신부 일가는 조부 김택현과 아버지 김제준과 함께 솔뫼를 떠나 서울 청파를 거쳐 용인군 남곡리에 정착하면서 10년간 생활했던 사적지「골배마실」은 더하다.
김대건 신부의 부친 김제준의 묘소가 있는 골배마실은 현재「양지리조트」라는 골프장으로 변했다. 골프장 한 귀퉁이에 교회 사적지를 알리는 제단과 김대건 신부 석고상 하나가 오늘날의 골배마실의 전부이다. 이제 더 이상 복원할래야 할 수 없게끔 완전히 레저타운으로 유실돼 버렸다.
더욱이 골프장 안에 골배마실 터를 표시한 제단과 김 신부 동상도 옳게 관리되지 않아 때가 끼어 있고 주변에는 쓰레기가 즐비해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 밖의 성지와 사적지도 현재 골프장으로 매몰되고 있거나 오랜 세월 동안 방치돼 있어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한 번 훼손된 성지나 사적지를 복원하기란 새로이 개발하는 것보다 몇 배의 노력과 경비가 가중된다』고 지적한 한국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 차기진씨는『신자들이 유명 성지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잊혀진 성지 개발 복구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성지 지도 제작자인 주평국 신부도『한국 교회의 뿌리를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지와 교회 사적지를 보전, 발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이에 대한 교회 당국의 적극적인 투자와 신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주 신부는 또한『교회 내 언론사들이 주축이 돼 국내 성지순례단을 모집, 성지와 교회 사적지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 지속적인 국내 성지순례가 실시됐으면 한다』고 제안하고『훼손되고 있는 성지를 보전하는 일은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모든 신자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러브호텔」설립 붐「천진암」초토화 - 상상 초월한 탈선의 온상으로 변모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일대에 추진 중인 1백년 계획「천진암 대성당」건립 성역화 사업이 정부 당국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들어선 퇴폐와 탈선의 온상인 러브호텔로 차질을 빚고 있다.
또한 이곳은 2천만 수도권 인구의 젖줄인 팔당댐 상수원이 불과 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임에도 호텔과 장급 여관 등의 허가를 아무런 규제 없이 남발, 숙박업소에서 배출하는 폐수 등이 상수원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특히 퇴촌면 일대는 지난 1월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되면서 토지 이용 규제가 대폭 완화, 탈선과 퇴폐 및 상수원 오염의 주범인 숙박업소만 14개가 성업 중이거나 신축 중에 있으며 미착공 11건, 허가 신청 중인 곳 10건 등 총 35개에 달해 상상을 초월하는 퇴폐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 관청인 광주군청은 이들 숙박업소에 대한 건축 허가 신청이 접수됐을 경우 신축을 규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어 이러한 퇴폐 업소들을 규제할 특별법 제정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퇴촌면 일대는 정부로부터 천진암 성역화 사업에 따른 제반사업을 허가 받아 1백년 계획의 대성당을 짓고 있는 중이어서 교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정부의 처사를 두고 성역화 사업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일대에 들어서는 이른바 러브호텔은 모두 농촌 주택가 등에 건립, 지역주민들의 탈선을 부채질할 뿐 아니라 지역 청소년들에게 적잖은 폐해를 주고 있어 사회 정화 차원에서도 마땅히 허가가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광주군 퇴촌면 이정우(바오로ㆍ47)씨는『러브호텔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이용하는 극히 퇴폐적인 숙박시설』이라고 말하고『자녀들 교육 안 좋아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가 없게 됐다』며 당국의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함을 지적했다.
천진암 성지 입구에 위치한 퇴촌면은 현재 마을 한 곳당 두세 개의 러브호텔이 들어설 정도로 허가 신청이 나 있는 상태며 러브호텔 신축을 규제하지 않고 이대로 방치할 경우 3년 내에 1백 개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지역에 들어서는 러브호텔은 거의 대부분이 서울 등 외지인의 소유인 것으로 밝혀져 지역 개발과 주민의 소득과는 전혀 관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진암 성역화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변기영 신부는『퇴폐와 탈선의 온상인 이러한 숙박시설은 정치적인 결단으로 폐업 조치시키고 용도 변경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2천만의 젖줄을 오염시키고 탈선의 온상이 되는 이러한 숙박시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정부를 상대로 어떤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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