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과소비 풍토、늘어간가는 마약과 약물 남용、도박과 알콜중독、음란물의 범람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아직도 뿌리 뽑히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사회와 그 사회 구성원들의 발전을 가로막는 제반 사회 병리현상의 원인과 실태를 진단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6월 9일 오후 5시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 2층을 서성거리던 중학교 3학년 남모군은『재미 있는 영화 있으니까 보라』는 한 청년의 권유에 못이기는 척 따라가 현금 2만 원을 건네주자 청년은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연락을 했고 잠시 후 남군은 다른 청년이 가져온 테이프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광경은 세운상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이 대부분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라는 데 있다. 남군은 친구들과 함께 테이프를 되풀이해서 볼 것이고 그 결과 이들은 성이 오직 쾌락의 도구일 뿐이고 상품처럼 취급돼도 괜찮다고 느낄 것이다. 더 직접적으로는 갈수록 더해가는 청소년 성범죄를 조장할 수도 있다.
최근 교육개발원에서 초중고교 성교육 자료 개발을 위해 남녀 고교생 5백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명 중 3명이 음란 비디오를 시청한 경험이 있고 26%는 음란 비디오에서 본 대로 행동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답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또 시청 경험자 중 남학생은 48%、여학생은 18%가 각각 모방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 남학생 가운데 7%(여학생 0%)인 20명 정도가 음란 비디오 내용을 본 대로 행동해 보았다고 응답、음란물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음란 영상물 현황
음란물은 미국과 일본 것이 대부분이고 유럽이나 국내에서 제작된 것도 가끔 발견된다. 음란물은 주로 미국ㆍ일본에 갔다오는 여행객들이나 미군부대를 통해서 반입된다. 최근에는 세관에서 검사가 철저하고 적발이 안 되더라도「마그네틱 투사기」로 검사할 경우 필름 내용이 손상되는 테이프 대신에 규제가 거의 불가능하고 손상도 되지 않는「레이저 디스크」(LD)로 반입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입된 LD、테이프들은 여러 대의 VTR이 설치된 가정집ㆍ창고 등에서 비밀리에 복사되고 이것이 청계천 일대를 중심으로 직접 구매、또는 일부 비디오 대여점을 통해 2만 원에서 10여만 원까지의 가격으로 청소년들에게 무제한으로 판매되고 있다. 음란물의 유통량은 그 속성상 통계치를 얻는 것이 불가능해 어느 정도의 물량이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지는 판매상들 자신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또 이곳에 분포된 음란물 취급처들에서는 음란 비디오와 함께「플레이보이」,「펜트 하우스」등 미국의 성인 도색잡지、일본의 조잡한 포르노 만화 등이 함께 유통되고 있다.
영상세대、컴퓨터 세대인 오늘날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활개치는 또 하나의 음란 영상물은 PC 통신 음란 사설 BBS이다. 그동안 단속 강화와 여론의 질타로 상당히 감소했지만 최근 들어 포르노 화면을 담은 CD-ROM이 극성을 부리는 등 새로운 형태로 다시 문제시되고 있다.
◆가정ㆍ사회 관심 관건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접촉할 수 있는 통로의 원천적 봉쇄를 위해 현재 한국음반협회 등 일부 사설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단속에 대한 정부의 재정과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정과 학교는 청소년기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이 성에 대해 건전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관심과 대화의 장을 열어놓는 한편 성교육을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회는 어떤 사회 조직보다 가장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본당 조직을 이용해 본당 내에 비디오 테이프를 구비、대여해 주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비디오의 건전한 유통 구조를 정착시키고 생활 문화로서의 비디오 매체를 추구하기 위한「으뜸과 버금」,「영화 마을」등 일부 비디오숖 체인의 움직임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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