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교육에서 그대로 진리로 통한다.
그만큼 어린 시절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한 개인의 삶의 방향과 테두리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기의 교육이야말로 인간의 품성과 자질、잠재적 능력 향상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아교육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마지막 단추도 제대로 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탁아 및 유아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단순한 복지시설 차원으로 아이를 일시적으로 맡았다 되돌려주는 탁아소를 비롯 능력 개발보다는 기능을 중시한 유치원이 우리나라 탁아 및 유아교육의 전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현재 우리나라 유아시설은 유치원이 전국에 9천5백여 개로 전체 1백80만 대상 아동 중 47% 정도가 취원하고 있고 탁아시설은 전국 5천4백여 개에 15만3천여 명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10년 전 취원율이 7.3%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이처럼 유치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10년 전 새로 제정된 유아진흥법이 공포되면서 새마을 유아원、속셈학원 등 어린이 상대 학원들이 모두 유치원으로 흡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유아 교육시설의 양적 팽창이 곧 우리 사회의 유아교육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의욕만 앞선 행정이 부실을 부채질한 또 하나의 사례를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작 우리나라 유아교육 및 탁아교육은 취원 아동이나 탁아 인원을 늘리는 데에만 역점을 두는 정책을 펴왔으며 인간교육의 첫 단계라는 점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더구나 일부 학부모들의 요청과 유아 교육기관의 상술이 맞아떨어져 영어 한자 미술 음악 등의 특별과외를 시키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갖춰야 할 기본적인 도덕성과 예절을 비롯 능력을 키워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기능에 더 많은 관심과 비중을 두고 있다.
서울 용산구 샛별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를 맡고 있는 김정희 교사는『아이들이 만 4세 정도 밖에 안 됐는데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떼를 쓰는 부모들이 가끔 있다』고 말하고『한글을 가르치는 등 문자교육보다는 올바른 심성을 갖고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한 행정 당국에서는 최근 18년 간에 걸친 연구 결과에서 3~4세 때 양질의 유아교육을 받은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을 19세가 됐을 때 비교해 본 결과 비행률과 범죄율이 월등히 낮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바로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패륜적 사건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교육 투자임은 물론 백년대계라고 할 수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는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박한상군 사건을 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각도 박군의 잘못된 가정교육이 이 같은 끔찍한 사건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많은 부모들이 자기 자식만을 최고로 키우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자녀를 기계적 인간으로 스스로 전락시키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며『부모들이 가장 염두에 둘 것은 먼저 인간이 되는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아 및 탁아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교사들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욕 앞선 행정 “부실”
특히 단 몇 개월 간의 교육에 의해 보육교사로 채용된 탁아소 교사들과 학원과 같은 종류의 소규모 유아시설 교사들은 새로운 유아교육에 관한 정보를 얻거나 창의성을 갖추기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원장 중 유자격자는 27%에 불과하고 나머지 73% 정도는 무자격자로 밝혀져 유치원 교사의 질적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외국의 경우 유아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유아교육도 국민학교처럼 의무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이 일고 있다. 이른바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실현돼야 유아교육의 현실적 발전이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함께 유아교육 및 탁아교육은 교육적인 의미와 함께 인성을 길러주는 중요한 시기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교회 단체나 각 본당에서 유아교육 기관을 설립 운영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보여지고 있다.
◆인성교육 중요
우선 종교단체가 맡은 유아교육 기관은 어릴 때부터 신앙을 중심으로 한 생활을 몸에 익힐수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인간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아교육과 탁아교육의 가장 좋은 스승은 부모이며 가정이라는 사실이다.
정작 유아기의 심성 발달에 1차적 책임을 지는 쪽은 가정일 수밖에 없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올바른 사랑법을 알지 못한 데서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버려놓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서울대 사회학과 장경섭 교수는『올바른 사랑의 첫 번째 원칙은 어릴 때부터 남을 위할 줄 알도록 가르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부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교육이 가장 값진 교육』임을 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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