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그 활동은 세계 창조 때부터 시작하여 세상 마칠 때까지의 원대한 역사신학의 발전과정에서 중심적인 실현과정을 이루는 절정이라 할 수 있다.
구약성서가 역사신학의 발전과정에서 예표의 과정이라면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신약성서는 그 실현과정이고 그 실현된 일들은 예수 그리스도 후의 모든 세대에 열매를 맺는 성취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역사신학의 발전과정은 예-현-성의 과정으로 발전하는 변증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의 고난을 바로 눈 앞에 두고 구원의 역사를 이루려는 순간 제자들에게 때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내가 이 세상을 떠나 높이 들리게 될 때에는 모든 사람을 이끌어 나에게 오게 할 것이다. 지금은 이 세상이 심판을 받을 때이다. 이제는 이 세상의 권력자가 쫓겨나게 되었다.』
여기서 박해를 받던 예수께서 곧 들려 높여지게 될 때가 왔고 이때에는 이 세상에서 높은 자리에 앉아 권력을 마구 휘두르던 군주들이 끌려 내려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대조되어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악의 세력의 지배를 받던 세상이 구원자의 희생으로 구원될 때가 왔다는 것을 뜻한다. 예수님의 들려 높여지는 영광은 십자가에 들려 높이는 고난으로 얻어지겠기 때문이다.
요한 묵시록은 이 광경을「하늘에 들려 올라간 한 여인의 아기」(12, 5)와「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큰 용이 온 세상을 속이며 어지럽히다가 땅에 떨어지는」(12, 8~9) 광경과 대조시키고 있다. 과연 세상은「악마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ㅜ 요한 5, 19) 승리는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 심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다. (ㅜ 요한 5, 4~5)
이 승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이며 이 승리를 사도 바오로는「죽음의 세력」에 대한 승리(히브 2, 14), 이 세상 권력과 군주들에 대한 승리(골로 2, 15)라고 표현하였다. 지금이 바로 이 중요한 때이며 이제 세상 군주들이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며 그들의 세상은 심판을 받는 때이다. 이와 같은 승리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높이 달림으로써 이루어진다.
십자가에 높이 달릴 때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을 이끌어 당신께로 모이게 할 것이다. 이 십자가 상은 구약성서 이사야서에 고통 받는「주님의 종」의 노래로서 표현되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 마음에 들어 내가 뽑은 나의 종이다. 그는 나이 영을 받아 뭇민족에게 바른 인생길을 펴 주리라』(첫째 노래 42, 1).『나는 너를 만방의 빛으로 세운다. 땅 끝까지 나의 구원에 이르게 하여라』(둘째 노래 49, 6).『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대 돌려주고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턱을 내밀겠지만 그들은 모든 낡은 못처럼 좀 더 쓸어 삭아 떨어지리라』(셋째 노래 50, 6ㆍ9).『이제 나의 종은 할 일을 다 하였으니 높이높이 솟아 오르리라』(넷째 노래 52, 13).
이 심오한 말씀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사람의 아들이 높이 들려진다면 그리스도는 영원하신 분이라는 성서의 말씀과 다르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되묻는다. 사람의 아들과 죽음과 그리스도의 영생과는 아주 다른 운명이 아니냐는 반론이다.
예수께서는 전에『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높이 들어 올려진 뒤에야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8, 28)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빛을 좋아하지 않고 어두움을 좋아하기 때문이며 어두움을 좋아하는 것은 진리를 쫓지 않고 악을 일삼기 때문이다(요한 3, 14~21).
이제 빛을 따라 걸어야 할지 어두움 속을 헤매야 할지는 명백해졌다. 구원과 진리의 말씀을 전하는 예수께서 하느님의 빛이다.
그러니 빛이 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 올바른 길을 찾아 걸어가야 한다. 빛을 믿고 그 길을 따르는 사람은 하느님을 따르는 사람이며 하느님의 자녀이다.
좀 있으면 밤이 올 것이다. 빛이 있는 동안 시각을 놓치지 말자. 이런 말씀을 하시고 예수께서는 그들을 떠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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