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때가 찼을 때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기도하는 사람의 최상의 모범은 예수님이시다. 그러면 예수님의 기도는 어디서 솟아나오는가? 그분께서는 당신 어머니에게서, 그리고 회당과 당신 백성 성전의 공동기도에서 기도하는 것을 배우셨다.
그러나 그분의 기도는 훨씬 더 은밀한 원천에서 솟아나온다. 이는 이미 열두 살 때에『제가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루가 2, 49)하고 말씀하셨을 때 내다 보게 하신 바와 같다. 여기서 때가 찼을 때의 기도의 새로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즉 아버지께서 자녀들에게 바라시는「자녀다운 기도」를 마침내 당신 인성의 외아드님 자신께서 인간들과 함께 인간들을 위해 생활하시는 것이다』(2599)
예수께서는 당신 생애의 결정적 순간들에 홀로 기도하시기를 좋아하신다. 우리와 같은 인간이신 그분께서는 아버지와 말씀하실 때 우리 모두를 당신 안에 그리고 당신과 함께 데리고 가신다. 그분께서는 항상 아버지를 찬미하고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항상, 특히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극한 상황에서, 그분의 뜻에 자신을 내맡기신다. 십자가 상에서 그분께서 마지막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당신의 형제들 특히 제자들이고, 이들에게 요한을 통해 당신 어머니를 내어주시고 당신을 박해하는 사람들도 생각하시어 그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신다.
마침내 그분께서는 아버지를 향해 외치며 돌아가신다.
『죄와 죽음의 노예인 모든 시대 인간의 온갖 번민이, 구원의 역사에서의 온갖 청원과 전구가 육화하신 말씀의 이 외침 속에 수렴된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께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희망을 뛰어넘어 당신의 아드님을 부활시키심으로써 그것을 들어주신다. 그리하여 창조와 구원의 경륜 속에서 기도의 주적 사건이 실행되고 성취된다』(2606)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모범으로 기도의 모델이 되어 주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다.
『산상 설교 이래 예수께서는「마음의 회심」을 강조하신다. 즉 제단에 제물을 바치기에 앞서서 형제와의 화해, 원수에 대한 사랑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숨어 계시는」(마태 6, 6) 아버지께 대한 기도, 수다 떨지 말 것, 기도 중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의 용서, 마음의 순수함, 하느님 나라를 찾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회심은 전적으로 아버지께 향한 것, 자녀다운 것이다』(2608)
예수님과 깊이 결혼하여 하느님의 뜻을 수행하려는 뜻을 지니고 있는 신앙으로 우리는 또한 감히 우리의 소망을 끈질기게 청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기도의 모델과 스승이실 뿐만 아니라 기도의 대상이시기도 하다. 복음서에 나오는 대로 가난한 자들과 병자들은 예수님께 애타는 기도를 드렸고 예수님께서 그것을 들어주셨다.
새 교리서는 마지막으로 성모님의 기도에 대해 언급한다. 교회는 성모님의 찬미가 열성과 감사에 가득찬「마리아의 노래」를 백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도로 삼았고, 천사의 예고에 대한 마리아의 아낌없는 응답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기 생활을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고 또 얻어야 한다.
『전능하신 분께서「은총이 가득하신 분」으로 삼으신 그 여인께서 자신의 전부를 바쳐 응답하신다.「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그대로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라는 것은 그리스도교적 기도이다. 즉 그분께서 전적으로 우리를 위한 분이시니 우리는 전적으로 그분을 위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3617)
이 대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620>신약에서 기도의 완전한 모델은 예수님의 자식다운 기도에서 보게 된다. 종종 홀로 침묵 중에 바쳐진 예수님의 기도에는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뜻을 기득한 사랑으로 따름과 그것을 들어 주실 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가 담겨 있다.
<2621>예수께서는 당신의 가르침 속에서 당신 제자들에게 깨끗해진 마음으로, 살아있고 끈질긴 믿음으로 자녀답게 과감하게 기도하도록 가르치신다.
그분께서는 그들에게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권고하시고 그들의 청을 당신 이름으로 하느님께 바치도록 권하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당신 자신이 당신께 바쳐지는 기도를 들어주신다.
<2622>「당신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라는 말씀과 마리아의 노래에서의 동정녀 마리아의 기도는 믿음으로 자신의 전부를 아낌없이 바치는 것이 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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