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없는 사회, 스승이 없는 교육 현장, 철저한 배금의 논리 속에 자행되고 있는 갖가지 부조리들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사회의 모든 병폐가 교육의 부재, 잘못된 교육 행정에 그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지금, 냉철한 비판과 함께 개선을 위한 교회적 재조명이 요청되고 있다. 이에「교육,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긴급진단 시리즈를 통해 가톨릭교회가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자녀 교육에 있어서 부모들의 책임과 가정의 역할을 알아본다.
결혼생활 3년 만에 이제 막 아기를 가진 회사원 박상원씨(요아킴·30) 부부는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잇단 패륜적 사건들을 보면서 5개월 후면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하면 이 험한 세상에서 훌륭히 잘 키워낼 수 있을지 자신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바쁜 회사 일로 가정에서 가장이 아닌「하숙생」(?)으로 전락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심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박씨에게는 이에 아기의 교육문제가 또 다른 부담이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바깥 일 핑계로 가정에서 무기력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한 박씨는 태교 때부터 아이가 올바른 심성을 가지고 자라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선 부부가 신앙생활에 철저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박씨는 그러나 태아교육을 전문적으로 상담해 줄 만한 교회 내 어떤 기관도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적잖은 실망을 했다고 한다.
구교우 집안 출신으로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에 남다른 자부심까지 가지고 있던 박씨로서는 교회가 생명과 가정문제에서 만큼은 사회 어느 곳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이며 책임감 있는 단체라고 여겨왔는데 막상 교회 안에서 이렇다 할 이야기 상대조차 쉽사리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뱃속에 있는 아이부터 어떻게 양육해야 할 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막막함이 앞선다』며 최근 혼란스런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토로한 박씨는『교회가 생명수호운동뿐 아니라 가정과 자녀 교육문제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가톨릭계 한 일선 교사는『오늘날 우리 사회의 교육 병폐는 가정에서 부터 비롯된다』고 지적하고『가정교육의 부재, 부모 역할이 상실된 사회에서 참교육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교회의 한 사목자도 역시『우리나라에서만 연 1백50만 건 이상의 태아 살해가 자행되고 있는 마당에 자식이 부모를 죽였다고 해서 놀랄 일은 결코 아니다』고 단언하고『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 말이 있듯 모든 가정이 자녀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의 태교 가르침
사실 자녀교육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되어온 불변의 가르침이다.
가톨릭교회 역시 자녀교육에 대한 가정의 역할과 부모의 책임을 전통적으로 일깨워왔고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 현대사회 안에서의 가정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도 높게 가르쳐오고 있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권고「가정공동체」를 발표하고『부모들이 잉태된 생명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자녀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신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태교의 중요성을 들어『어린이에 대한 배려, 그러니까 출생 전부터라도 수태된 첫 순간부터 유아기와 아동기를 통해서 어린이들의 사정을 배려하는 일은 인간이 타인과 맺는 관계를 저울질할 수 있는 초보적이고 근본되는 시금석이 된다』(가정공동체 26항)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어린이에 대한 사랑, 존경, 갖가지 물질적 정서적 교육적 영적 관심은 그리스도인 가정의 본질적인 특성』(가정공동체 26항 참조)이라고 역설하고『양친은 자녀의 첫째이며 주된 교육자가 되어야 하며 가정은 모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제 덕행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이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전통적 태교사상
교황의 이러한 가르침은 우리 민족의 태교사상과 한 치의 그르침없이 일치하고 있는 사실은 놀랍다.
우리 민족은 아이의 시작은 수태 이전 바로 부부관계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믿고 어머니의 태교보다 아버지의 몸가짐을 더 무겁게 여겨왔다.
이에「태교신기의역」제1장 제2절은『교육에는 태교가 근본이며 태교의 근본 책임은 남성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람들의 본은 하늘에 근본하였으나 기와 질은 부모에게서 받았나니 기와 질이 한편으로 치우치면 차차로 본성을 가리어 인간다운 사람이 되지 못하나니 부모들이 생육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고 조심하지 않으랴』(태교신기의역 1장 참조)하여 전통 태교에서는 태아를 위하여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노력하여 인간으로서의 필요충분조건부터 갖게 하여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 마디로 우리 민족은 아이의 제 요소는 선천적으로 결정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태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 태교에 노력할 것을 항시 일깨워온 것이다.
즉 아이의 심신이 올바르기 위해선 꿈이 좋고 태아로 있는 열 달 동안 잘 교육해야 하는 것 외에도 우선 수태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근신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 우리 민족의 태교사상이다.
이와 같이「태아에 대한 관심이 가정의 본질적인 특성이 되고 부모는 자녀의 첫 번째 교육자」라는 교도권의 가르침과「부모들의 단정한 몸가짐을 태교의 근본으로 안」우리 민족의 전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정에 있어서 부모들의 역할과 책임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가정교육을 위한 제언
교도권과 전통사상의 가르침대로 태교의 중요성은 이미 임상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임신 중의 엄마의 성향이 태아의 성격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부모들의 조심성 있는 언행을 당부했다.
이렇듯 자녀교육의 시작은 태교에서부터 비롯되며 그 이전 가족 구성원의 주체인 부모들의 건전한 심신이 태교의 근본임을 알 수 있다.
전문의의 지적대로 자녀들의 이탈과 삐뚤어진 성격의 근원적 제공자가 바로 부모라는 사실을 모든 어버이는 상기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와 교회는 자녀를 가지기를 원하는 모든 가정과 부부들에게 그들의 의무와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인간생명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교회는 이들 부부들을 위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선 아이를 가지려는 가정과 이미 잉태한 부부들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바른 몸가짐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그리스도인 가정은 무엇보다 가정 성화와 복음화에 최우선적 목표를 두고 부부들이 생활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인 가정 안에서 태교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재 각 교구 내에 가정사목을 책임질 변변한 기구조차 없는 실정에서 이러한 기대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선 본당 내에서 구역 반 모임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각종 신심단체 모임에서 신자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경험들을 서로 나누고 고민할 수 있도록 사목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교회 당국의 과감한 투자로 연령별 전문교육 상담기구를 교회 안에 상설, 자녀 교육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해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의 역할과 가정의 책임만을 강조할 뿐 그에 대한 교회 당국의 아무런 사목적 배려와 투자가 없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가정의 복음화가 곧 교회 쇄신의 근간이 됨을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이 상기해 태교 이전의 성사성을 지닌 부부들의 모습에서부터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하고 참교육이 실천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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