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동두천 난민공동체 센터’ 축복
“우리가 먼저 손 내밀어 친구 되어줄게요”
난민 지원 사목 본격 나서
난민지위 인정 인색한 국내법, 부정적 인식과 차별 ‘이중고’
교구장 사목서한 ‘착한 목자’,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 강조
“교회가 먼저 난민들 도와야”, ‘1본당 1난민 가정 돌보기’
실태 파악·활동가 교육 거쳐 올 하반기 본당별 활동 돌입
2월 10일 오후 열린 동두천시 동광로 ‘동두천 난민공동체 센터’ 축복식에 함께한 난민들이 이기헌 주교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 작은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이, 난민.
의정부교구가 손이 있어도 뻗을 데 없고 입이 있어도 소리낼 줄 몰라 숨죽이고 있는 난민들의 친구가 되기 위한 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올해부터 ‘1본당 1난민 가정 돌보기’ 사업에도 착수한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2월 10일 오후 교구 관할구역 내 난민 밀집지역인 경기도 동두천 보산동 일대 난민 가정 3곳을 방문하고 동두천시 동광로 154번길 44 현지에서 ‘동두천 난민공동체 센터’를 축복했다.
교구 사회사목국(국장 조병길 신부)이 주관하고 의정부 엑소더스(위원장 여해동 신부)와 파주 엑소더스(위원장 이상민 신부), 동두천본당(주임 홍석정 신부) 등이 함께한 이번 행사는 의정부교구 설정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교구장 사목서한 ‘착한 목자’(Pastor Bonus)와 2018년 교구장 사목교서 내용을 난민 지원 사목으로 승화시킨 발걸음이었다.
이 주교는 ‘착한 목자’에서 물질과 세속적 가치로 인해 약화되는 영적인 가치를 시대의 특징으로 지적하고 “우리 교구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근로자 등 변방의 사람들이 많기에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는 우리 교구에도 중요한 사목방향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올해 사목교서에서도 “난민들은 부정적 시선과 거부감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난민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랑의 나눔”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의정부교구가 난민 지원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 “교구 관내 난민들이 교구청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직접 교구청에 찾아온 적도 있어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며 “저 자신도 6·25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와 난민들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두천 난민공동체 센터 축복식 강론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교황 선출 후 로마 밖으로 나가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이 아프리카 난민들의 중간기착지인 지중해 람페두사섬이었고 지난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제정하면서도 난민들을 가장 가난한 이로 꼽으셨다”고 말했다. 교황은 2013년 7월 람페두사섬을 방문해 난민에 대한 국제적 무관심을 비판하고 전 세계에 양심의 각성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서는 난민과 노숙인 등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초청해 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식사도 대접했다.
이기헌 주교(가운데)가 2월 10일 오후 동두천 난민가정을 방문해 가정 축복 기도를 하고 있다.
이 주교와 조병길·여해동·홍석정 신부, 동두천 난민공동체 봉사자 등은 가나 출신 남성과 케냐 출신 여성이 이룬 난민 가정, 나이지리아 출신 남녀가 이룬 난민 가정을 찾아 그들이 겪는 고충과 교회에 바라는 희망 등에 귀기울였다.
이들 난민들은 여성 할례 등 종교박해와 종족 탄압 등을 피해 한국행을 택했지만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불안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유엔 차원에서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도 엄격한 국내법에 의해 아직도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한 힘겨운 소송을 진행하는 가정도 있다. 3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기에도 버거운 형편인 난민들에게 평균 4년의 소송기간과 1인당 수백만 원까지 드는 소송비와 통역비는 넘기 힘든 벽이다. 더군다나 시간적, 경제적 어려움을 무릅쓰고 소송을 진행해도 승소 비율은 3% 안팎에 불과하다.
의정부교구는 국내 난민 문제의 근본 원인이 난민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인식과 몰이해, 차별의식에 있다고 보고 처음으로 ‘1본당 1난민 가정 돌보기’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월 25일까지 사업 활동가 30여 명을 신청 받고 올 상반기에 난민 실태와 지원 필요 사항 등을 교육한 뒤 올 하반기부터 본당별로 난민 돌보기 활동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주교는 “국내법이 난민 지위 인정에 지나치게 엄격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교회가 먼저 난민을 이웃으로 받아들여 그들을 도와야 하고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정다빈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