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생즉사요, 사즉생」이라는 역설적인 인생 지혜를 표현한 말이겠는데 이 말씀의 뜻은 누구든지 현세에서 목숨을 유지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쏟다 보면 결국은 목숨마저 잃게 되는 것이니 현세의 목숨은 내세의 영원한 생명을 겨냥하여 살아야 된다는 영성적인 말씀이다.
결국 영원한 생명을 믿고 이를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다 보면 그 희생의 보상은 노력의 대가로 영생을 얻게 된다. 이와 같은 역설적인 가르침은 공관 복음서에 다섯 번, 요한 복음서에 한 번 같은 뜻으로 나온다.
이제 이 말씀들을 비교해 보자.
①『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마르 8, 35) ②『제 목숨을 살리려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루가 9, 24)
③『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마태 10, 39) ④『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 (마태 16, 25)⑤『누구든지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루가 17, 33).
⑥『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고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요한 12, 25).
여기서「살리려는 사람」 (위의 ①②④⑤)과「얻으려는 사람」 (③),「아끼는 사람」 (⑥)으로 표현은 다르지만 그 결과는 같은 것으로 나타나 있고「잃는 사람」이란 표현은 공관복음서가 다 같은데 요한복음서만「미워하는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미워한다」는 표현은 복음적인 용법으로 제 목숨을 부차적인 것으로, 더 정확하게는 영원한 생명을 일차적으로 생각하고 현세의 삶을 그 수단 또는 방법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요한복음서는「이 세상에서」라는 말을 붙였고 공관복음서에서는「나 때문에」,「나를 위하여」,「복음을 위하여」라는 말을 붙였다. 루가 복음서 14장 26절에서는 예수께서『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와 처자나…자기 자신마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고 마태오 복음서에서는『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10, 37)라고 말씀하실때도 같은 뜻으로 말씀하셨다.
요한 복음서에서는「어두움, 이 세상, 인간적인 영예」는「빛, 영원한 생명, 하느님의 영광」과 대조되면서 악마의 나라의 얼굴로 표상되어 있다.「제 목숨을 아끼는 사람과 잃는 사람의 역설을 가르칠 때『나를 따르려면 누구나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는 말씀과 예수 자신이 십자가에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말씀하였다.
오늘의 말씀은 바로 그 십자가의 날을 며칠 앞에 바라보며 말씀하셨고 당신의 죽음은 밀 한 알이 땅에 떨어져 죽음으로써 많은 곡식을 낸다는 말씀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길을 제자들도 따라야 할 것임을 강조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 오너라』 예수를 섬기는 것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는 것이 되며「십자가를 지는 것」은 우리 중에 누가 제일 높으냐라는 영예에 신경 쓰지 않고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된다(루가 22, 27:마르 9, 35)는 것을 뜻한다.
제자들은 후에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 때문에 목숨을 잃는 순교자들이 되었지만 이 순교의 영광을 얻는 자격도 바로 자기를 버리고 남을 섬겼기 때문이었다. 예수를 섬기는 사람은 예수께서 계시는 곳에 같이 있게 될 것이며 예수를 섬겼기 때문에 하느님 아버지께서 높은 자리에 앉히실 것이다.
사도들과 거의 동시대인이며 성 베드로의 후계로 안티오키아의 주교였던 성 이냐시오(35~107년경)는 주님의 제자답게 순교하러 로마로 향하면서『나는 하느님의 씨앗이다』라고 로마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갈파하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