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3일안에 볼 수 있어도 3년안에는 다 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로마를 순례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서 익히 알고있는 말이다.
얼핏들어서는 이해가 안가는 이 말은 로마의 껍데기를 구경하는데는 3일이면 족하지만 그 알맹이를 파악하는데는 3년이 걸려도 어렵다는 뜻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 왜 로마를 이해하는데 3년이란 시간도 부족한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것은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세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오늘날의 로마가 형성된 만큼 짧은 시간에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곧 로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교에 관한 전반적인 인식과 역사ㆍ문화ㆍ예술 등의 학문적인 바탕이 있어야한다. 이런 바탕없이 3년아니라 30년을 찾아다녀도 로마의 참모습은 볼 수 없다. 항상 껍데기만을 볼뿐이다.
위의 얘기를 우리 신앙생활에 옮겨 보자. 어느 성당이고 성당을 구경하는데는 3일아니라 30분이면 족하다. 성당내ㆍ외부를 몇번이고 드나들며 구경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성당을 여러차례 드나들었다고해서 그 성당이 갖고있는 속내용까지 다 파악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당장 종탑의 생김새부터 성당안의 여러 성상ㆍ성물ㆍ제구(祭具)들 그리고 그안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전례의 의미나 동작ㆍ교리 등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가? 뿐만아니라 성당에서 가르치는 교리나 전례행위 등과 일상생활과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나의 신심은 어디에 뿌리를 박고있는가 등을 알지못한채 매주일 혹은 매일 성당에 다녀도 그것은 껍데기를 구경하는 소일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미사때마다 되풀이하는 동작이나, 늘상 반복하는 용어라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할때는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신심을 북돋아주기는 어렵다.
물론 교리지식이 뛰어나다고해서 반드시 신심이 두터운 것은 아니다. 일자 무식꾼들 가운데 성덕이 출중했던 성인성녀들도 많이 있다. 요즘도 그런 사람들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로마를 제대로 알기위해서는 로마가 가진 내면의 세계를 파악해야 하듯 신앙 역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본란에서는 교회생활에 필요한 재미있고 기초적인 교회상식 토막교리 교회용어해설 신자로서의 에티켓 등을 다양하게 실어 애독자들의 교양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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