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주교구장 고 김현배(바르톨로메오) 주교를 비롯 그리스도의 일로 일생을 살다가 마친 사제、그리고 피붙이 하나없이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양로원 고아원 행려환자 등 1천 3백구의 시신을 정성을 다해 거두어온 이갑진(요한ㆍ61ㆍ전주 복자본당) 씨.
전주교구 애령회 창설멤버로서 30년간 한눈 한번 팔지않고 오직 애령사업에만 몸바쳐온 외길인생 이갑진씨는『애령사업은 시신을 닦고 묶는것만이 아니라 살아 생전 하느님과 잘 결속시켜 기쁘게 하늘나라에 들어가게하는 작업』이라고 소신을 피력한다.
30년전 전주 중앙본당에서 당시 주임신부이던 김재덕 주교에게 픽업되어「신망애 3덕과 청빈」을 선물받은 이씨는 신앙을 지키기위해 직업이던「순사질」마저 팽개치는 결단을 내렸다.
그의 말마따나 돈을 벌려면 얼마든지 벌수가 있었지만『가장 보잘것 없는 네 형제에게 해준 것이 곧 내가 해준것』이라는 마태오복음 25장 40절의 말씀이 걸림돌이 되어 예수님께 넘어지게 되었단다.
옳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밀고 나가는 이씨의 확신에 찬 결단이 비록 그에게 물질적인 부(富) 를 안겨주지는 못했지만「참다운 삶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큰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시신을 만지기 시작했다.
「예수님을 모셨던 예수님의 궁전」이지만 누구나 가까이 가기 싫어하는 시체를 1천 3백구나 정성을 다해 닦고 단장하기란 어지간한 탈랜트없이는 어려운일.
그러나 그는 시신 한구를 대할때마다『인간으로서는 할수없는 일을 주님과 성모님께서 도와주신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가 있었다』며 특히 환자들과의 기도를 통해『성령의 움직이심을 느끼는 즐거움을 자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씨는 일을 할때 술을 마시지도、마스크를 끼지도 않는다. 다만 성서를 읽고「모든 것이 제뜻이 아니라 당신 뜻대고 하소서」라고 기도하면 시체 냄새도 전혀 맡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30년간「보이는 기적」도 많이 체험했다. 그것은 주님의 능력을 이씨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또한 지난해 한국 평협주최 가톨릭대상 사랑부문을 수상한 전동의 허데레사씨와는 절친한 사이.
요즘은 장의사에 연락만하면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되지만 옛날에는 상복 등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면 일일이 손으로 지어야했다. 따라서 허데레사씨는 이씨의 가장 손발맞는 초상파트너였다.
그러나 통금이 있을 당시 골목골목을 피해 다녀야했고 둘다 가정을 가진 몸으로서 밤늦게 다니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었지만 진실로 애정을 다해 하는 일이었기에 나머지 일은 늘 하느님께서 잘 처리해주셨다고 한다.
이름없이 하느님 품에 안기는 이들에게 손수 비석도 마련해주고 하다보니 대부서는 일도 부지기수. 대자가 수백명이 되지만 대부분 먼저 하늘나라에 가버려 실제 만날수 있는 대자는 몇없다.
뿐만아니라 전통연도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씨는 최근 들어 전주교구평협에서 상예절교육용 비디오 촬영에 출연、모델이 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신앙공동체의 아름다운 힘이 없이는 되지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연도 역시「계」도 중요하지만「응」을 잘 받아주지 않으면 화합을 이룰수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요즘 젊은이들의 연도가 연습이 제대로 안되기도 했지만 사랑이 부족한것 같다고 말하기도.
젊은시절 직업마저 팽기치고 오직 교회일에만 전념해온 이씨는 현재 집세를 받아 그저 먹고 살만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그 어떤 부(富)와도 비길수없는 평화를 맛보고있다.
또한 병자방문에다 기일 챙겨주랴 쉬는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시간을 엮어나간다.
이런 그를 알고있는 주위의 이웃들은 6월에 맞게된 회갑을 그냥 넘길 수 없어 8일 전주가톨릭센타에서 박정일 주교와 20여명의 사제들、많은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회갑미사를 봉헌했다.
본인은『받을 상을 지금 받아버리면 죽어서 갖고 갈것이 없을것 같아』사양했지만 이 일 역시 순명정신으로 받아들였다.
『회갑을 맞고보니 그동안 교회일에 미친 남편의 뒷바라지하는데 고생한 마누라가 새삼 소중해진다』는 이씨는『죽는날까지 신망애3덕과 청빈을 사는 것이 희망』이라고 소박하게웃었다.
이씨는 부인 김순임(루치아ㆍ59) 씨와의 사이에 아직 미혼인 딸(이예순ㆍ28) 하나를 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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