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양에서 나는 다행스럽게도 신학교를 방문하게 됐는데 그곳은 주교관ㆍ수녀원 그리고 CPA(애국가톨릭교회)사무실로도 사용되고 있었다. 그 신학교에는 55명의 신학생이 있었으며 모두 건강하고 민첩해 보였고 잘차려 입었는가 하면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나는 그들이 중등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대신학생이라고 들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지도 않았고 신학교에서 장기간 정규교육을 받은것 같지도 않았다.
교구를 방문하는 동안 심양본당 소속 T신부는 대수롭지 않은것만 이야기했다. 그는 단지 묻는말에만 대답할뿐이었고 늘 CPA대표부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T신부는 주교좌 성당관할에 약 9천명의 가톨릭신자가 있고 주일미사에는 3천명정도가 참여한다면서 특히 주일미사 후 대성당소속 5명의 사제가운데 4명이 교외지역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외에 있는 몇개의 작은 교회들은 얼마전 다시 문을 열었으나 교회가 없는 마을에서는 미사를 봉헌한다고 했다.
심양대성당은 1909년에서 1912년사이에 건립됐으며 1980년 부활절에 다시 문을 열었는데 T신부는『날씨가 따뜻해지면 3대의 주일미사는 신자들로 꽉메워진다』고 말했다.
그날 오후 나는 한국인 농부들의 시장과 북한상품이 있는 백화상점、그리고 소규모의 한국인 식당이 즐비한 이 도시의 한국인 촌을 산책했다. 그곳의 간판은 모두 한글로 씌여져있어 찾기가 쉬웠다.
내가 들어간 곳은 다섯개의 작은 탁자가 있었으며 그중 한자리에는 3명의 북괴군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이든 한국인 여주인에게 한국말로 인사하자 그녀는 놀라면서 한국말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었다. 내가『서울』이라고하자 그녀는『아! 남조선』하고 응답했다. 매우 친절한 그녀는 나에게 자기 자녀를 만나보도록 요청하기까지했다.
심양시에서 약 50년간 살았다는 그녀는 북한에는 4년전에 단 한번 가봤으며 그곳에서의 생활은 매우 궁핍해 다시 돌아가고 싶지않다고 말했다. 그녀를 통해 나는 심양에 약 10만명의 한국인이 살고있다는 것과 다섯개의 한국인 중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에게 심양에 한국인 가톨릭 교회가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교회는 물론 한국인 신자들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근처에 조그마한 개신교 교회가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현재 중국대륙에서 일어나고있는 문화의 물결을 비롯 중공사회전반에 걸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같다.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중공을 빠른 시일내에 파악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았지만 두번의 방문을 통해 나는 중공이 변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내가 처음 중공을 방문한 81년은 마침 중공이 새로운 태동기에 들어가는 때였다. 따라서 곳곳에서 급속한 현대화가 추진되고 있었으며 어디서나 그런 현상은 뚜렸했다.
이를 위해 중공은 서구에 문호를 개방、서구의 기술과 서구적 사고방식 등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학생들은 유학 보내고 기술자를 초청해 중공에서 일하도록 유도하는가 하면 광업 및 산업의 현대화를 위해 외국회사와 합작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보다 앞서 1949년 중공은 공산정권 수립 이후 광범위한 경제계획을 계획、실행에 옮긴적이 있는데 그 계획은 1956년에 완결됐다. 60년대 중반 문화혁명과 함께 구시대의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 일어났다. 그 혁명은 고통과 격렬한 진통과정을 겪었다. 문화혁명은 종교를 포함한 제반 일상사에까지 미쳤고 교회의 모든 활동도 중지되었다. 신앙생활은 위험을 무릅쓴 가족들 사이에서나 소그룹으로 몰래 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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