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는 동생과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오랜 친구입니다.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고도 남을 정도로 야무진 마리아는 명석한 명문대생과 결혼해 많은 친구들이 축복하고 부러워했습니다. 결혼하고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10년 만에 동생을 만난 마리아는 “남편이 많이 아파서 힘들어해. 그리고 나도 힘들어”라며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마리아의 남편 스테파노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좋은 직장에 취직해도 얼마 다니지 못했고, 공황장애로 집 밖을 나가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두 아이를 낳고 10년 넘는 세월 동안 마리아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착한 마리아는 남편이 불쌍하고 안쓰러워 따뜻한 밥을 챙겨주고 격려하고 토닥이며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동생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도 못하고 전전긍긍 고생하며 지낸 마리아가 안쓰러워 같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스테파노씨와 셋이 만났습니다. 낯선 이와의 만남이 힘든 친구 남편의 손을 잡고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무염시태 성모상 앞에서 기도했습니다. 처음엔 손을 피하던 남편도 마리아와 동생과 함께 눈을 감고 울면서 함께 기도했다고 합니다. 기도가 끝나자 스테파노씨가 말했대요.
“마리아한테 너무 미안해요. 10년 넘게 아무것도 못하고 내 몸 하나도 추스르지 못하는 내게 불평 한번 하지 않아요. 저도 빨리 이 동굴에서 나오고 싶어요.”
세상에 이렇게 착한 남편과 아내가 있다니…. 동생은 마리아와 남편 스테파노씨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고 미사도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자주 전화하고 만나 하느님께 성모님께 끈질기게 기도하고 매달리라고 했답니다. 이들의 기도에 스테파노씨가 조금씩 용기를 냈습니다. 성당에 나가고, 레지오마리애에 가입했다는 스테파노의 이야기를 듣고 동생과 마리아는 큰소리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7년 전 제 동생이 겪은 이야기입니다. 지금 스테파노씨는 직장인입니다. 매달 남편의 월급을 받는 마리아는 “요즘 난 너무 행복하고 좋아. 고마워”라고 이야기한답니다. 아이들과 같이 기도하고 미사도 봉헌하고 사회생활도 해나가는 스테파노씨. 모두들 기적이라고 한답니다. 마리아를 위해 기도한 동생. 남편만을 생각하는 착한 마리아, 아내를 위해 마음의 병을 이겨낸 스테파노 모두 천사 같은 사람들입니다. 천사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바로 기적입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