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곳에서, 띄어쓰기와 문자 부호가 조금도 되어 있지 않은 그저 다닥다닥 붙여놓은 문장, 그야말로「언어의 나열」을 본 기억이 난다. 그때의 그 난감함이란….
그러다가 순간순간 멈춰서서 내 삶을 돌아보려 치면 그때의 그 문장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느낌에 혼자 놀라버리곤 한다.
살아가는 중간중간 알맞은 순간에 어울리는 만큼의 여백과 쉼표, 그리고 느낌표들을 꼭꼭 채워 놓을 수 있음은 그 또한 행복이 아닐런지.
뜻하지 않은 기회에 접하게 된 홍승식신부님의 「영원속의 세상의 시각」이라는 책은 내 생활에 어울리는 적당한 쉼표와 느낌표, 그리고 여백들을 만들어주는데 큰 도움이 된듯한 느낌이다. 자칫 무미건조하게 보내기 쉬웠던 내 생활에 내린 촉촉한 단비였다고나 할까.
그리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내 모습은 점점 예전에 내가 그리도 싫어했던 그런「어른」의 모습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내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주위를 돌아보는 데 무심한…. 그러면서 끊임없이 그런 내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데 익숙한 그런 모습들. 그런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다 보면 과연 나중에 어느 순간에서는 선과 악의 구분은 남아 있으려나.
『사랑과 행복이 들어와 자리할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 보자. 나 자신의 이기와 탐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가난한 이웃, 소외된 형제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새롭게 태어나 보자. 자기를 비움에 익숙해짐으로써 참 행복의 삶을 되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본문 중에서-
좀 더「나」를 괴롭히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안일해지기 시작하면 끝없이 안일해지는 삶.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참 인간이 되기 위해 마음을 붙잡아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는 생각들.
자칫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지낼 뻔한 내게 이 책을 권해주신 분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어머님께 감사드린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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