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각종 문헌에 쓰이는 4만여 개의 법정 지명 중 조상들이 사용하던 토박이 우리말로 된 지명은 과연 몇 개나 될까.
놀랍게도 그 많은 지명가운데「서울」만이 순수 우리말이다.
조상들의 끈기와 슬기가 담겨 있는 땅 이름이 한자 개명과 일본식으로 고쳐져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표기되고 불려지고 있는 현실을 파헤쳐 그 어원을 밝힌 책이 최근 출간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글 이름 보급 운동으로 유명한 배우리(프란치스코ㆍ56ㆍ서울 용산본당)씨가 펴낸「우리 땅 이름의 뿌리를 찾아서 1ㆍ2」(도서출판 토담)는 땅 이름을 글자 그대로 풀지 않고 역사 음운현상 사투리 지리 풍수 연구 등을 바탕으로 특별히 어원적 의미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판문점」의 경우 옛 땅 이름은「널문」이었다. 이는「너른 물」(광천)의 뜻인「널물」의 가능성이 있고 임진강이 한 지류가 북동쪽에서 가늘게 흘러내리다가 이곳의 큰 들을 만나 넓게 퍼지고 있음에서도 그렇게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휴전회담 당시 여기에 참여한 중국 대표 때문에 이를 한자로 옮겨「판문점」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6ㆍ25 당시 아군과 빨치산의 치열한 격전으로 유명한 피아골을「피의 골짜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피하고는 상관이 없는 피(稗)라는 구황 농작물이 많은 지역이란 뜻에서 나온 것이다.
배씨가 14년여의 자료 수집과 조사활동을 벌여 완성한 이 책은 제1권 산 강 바위편 제2권 마을 골짜기들편으로 나누어 우리들에게 친숙한 설악산 지리산 월출산 등의 지명에 얽힌 사연과 모래내 삽다리 등 마을 이름의 유래를 구수하게 풀어놓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듯 재미를 느끼는 가운데 그 사이 미처 몰랐던 우리 땅의 본래 이름과 그 이름이 갖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있다.
특히 국어학자 여행가 역사가 향토 사학가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이 책은 문학적 소재 제공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지역별 지명별로 찾아보기를 부록으로 마련 원하는 항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여 누구나 자기 고장의 것을 따로 볼 수 있게 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 배우리씨가 이 책을 펴내게 된 것은 한글 이름 짓기 운동을 하면서 자료를 찾기 위해 땅 산 골짜기 이름을 연구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조상들의 얼 역사 풍습이 깃든 땅 이름을 유래와 함께 메모로 남기면서 그것을 자료화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진 자료가 충분하지 못하고 전국의 모든 지명이 다 들어가 있지 못하다는 점과 고문헌을 땅 이름과 연결시켜 심도를 높이다 보니 독자들에게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점이 아쉬움이라고 밝힌 배씨는 앞으로 신자로서「성지의 땅 이름 역사」라는 책을 내고 싶다면서 역 이름 학교이름 등을 토박이 땅 이름으로 바꾸도록 대 정부 건의를 많이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말을 붙드는 데 이 책의 출판이 다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배우리씨는 우리의 토박이 땅 이름이야말로 조상들의 정서가 깃들어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강조하고『우리 땅 이름 찾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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