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남은 나의 여행기간 중 가장 개방적이고 유익한 것 중의 하나였다. 나는 그들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았으며 푸순이 메리놀수도회 선교지역 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화하는 가운데 우정과 신뢰감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들은 초기의 메리놀회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옛날 앨범을 가져오기도 했으며 우리는 그들이 당시에 알고있었던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메리놀회 사람들이 문화혁명 기간에 혹시 박해를 받았는가 그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금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들이 보여준 자료에는 푸순지역의 최초의 선교사가 1926년 1월 9일에 들어온 것으로 되어있었다. 기록을 통해 과거(공산화되기전)에는 1만여명의 신자가 푸순지방에 있었으나 지금은 9천여명정도、어쩌면 9천명이 채 못되는 신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푸순본당의 경우 2천여명의 가톨릭 신자 중 25%가 20세 미만이었으며 이같은 수치는 그 지역 신자들이 가족으로부터 교리를 배워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사해주고 있었다.
한편 나는 푸순본당에 약 20명 가량의 한국신자들이 있는 것도 알아냈다.
신부 수녀들과 함께 있으면서 자유롭고 편안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어떤것이든지 토의하자는 C신부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우선 그들이 교회의문을 다시 개방하기위한 전제조건으로 애국교회에 가담해야만 했는가를 물었다.
C신부는 자신과 동료인 D신부는 교회문을 열고 가톨릭신자들을 돌보기위해 필요하다면 현재의 정책도 준수할 것임을 항상 시사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Z신부는 별도로 애국교회 참가요청을 받지는 않았지만 C신부 D신부와 함께 성무활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나는 또 C신부에게 교황이 필리핀 방문중에 중공교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표명했던 연설내용을 알고 있는가를 물어보았다. C신부는 중공정부와 바티깐의 관계가 호전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중공정부나 종무국이 중공교회를 위한 어떤 결정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로서는 이 대화가 우리의 만남 중에 가장 의미심장한 부분으로 느껴졌다.
대화후 우리는 前주교관에서 사진을 찍기위해 밖으로 나와 길거리로 내려갔다. 가는도중 나는『인근지역 주민들이 당신들을 사제로 알고있는가』물었다. 그들은『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는데 교회가 오랫동안 문을 열지 않았고 사제들이 일반인들과 같은 옷을 입고있는 등 여러가지 여건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수긍이 갔다.
헤어지기전 C신부는 본당신자의 장례미사가 오후 5시 30분에 있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 본당 한국인 신자들에게 한국책과 조그만 선물을 주고싶다고 제의하면서 그 미사에 참석할수 있는가를 물었다. 이에대해 C신부는 웃기만했다.
나는 더 이상의 요구는 그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지모른다는 의미로 그 웃음을 받아들였다.
나의 푸순지역방문은 어떤 메리놀회원이 약 40년전에 그들을 방문하고 돌아간 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들은 모두 내가 다른 메리놀회 동료들과 다시 방문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나로서는 초기의 메리놀회 선교사들과 함께 전교활동을 했던 사제들과 수녀들을 만나보고 얘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이 특별한 기쁨이 되었다.
그들과 작별인사를 나눌 때 나는 사제로서 자격이 없으며 강복을 줄수 없다는 말을 들었던「심양」에서의 경험을 그들에게 얘기했다. 사제와 수녀、그리고 신자들은 즉시 무뤂을 꿇고 강복해 주기를 요청했다. 나는 라틴어로 그들에게 강복을 내렸으며 우리는 서로 기억하고 기도할 것을 약속했다. 돌아 오는길에 나는 교회안에서 그들과 하나로 굳게 일치해있다는 사실을 새삼 강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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