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광주대교구 목포 산정동본당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 주회에 참석한 단원들이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한국교회는 올해 ‘한국 평신도 희년’(이하 평신도 희년)을 지내고 있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설립 50주년을 맞아 선포된 평신도 희년은 11월 11일 평신도주일까지 이어진다. 평신도 희년은 평신도 사도직의 활발한 실천과 확산을 통해 한국교회의 쇄신과 발전을 꾀하기 위해 선포됐다. 본지는 올 한 해 다양한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을 탐방, 그 활동을 소개하면서 평신도 희년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 첫 순서로 한국교회의 대표적 평신도 사도직 단체인 레지오 마리애를 소개한다.
■ 뜨거운 신앙의 못자리
“묵주기도 350단을 바쳤고, 17시간 성경 읽고 쓰기를 했습니다. 성무일도 3일, 평일미사 참례 3회, 십자가의 길 1회, 그리고 가정 성화 기도 7회 바쳤습니다.”
“묵주기도 250단, 십자가의 길 3회, 평일미사 참례 5회, 성무일도 9회, 장례미사 봉사 2회 했습니다.”
광주대교구 목포 산정동본당(주임 이정화 신부)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 제3362차 주회에 참석한 단원들이 일주일 동안 진행한 활동 보고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뜨거운 기도와 봉사다.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은 같은 본당 ‘평화의 모후’ 쁘레시디움, 그리고 인근 경동본당의 ‘죄인의 의탁’ 쁘레시디움과 함께 1953년 5월 31일 한국교회 최초로 설립된 레지오 마리애 조직이다. 무려 65년에 가까운 연륜을 자랑한다. 단원들은 6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연령대로 구성돼 있고, 10년에서 길게는 40년까지 오랜 기간 동안 활동을 해왔다.
깊은 연륜에 걸맞게 단원들의 회합은 일사분란하게 진행됐다. 불과 1시간 남짓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시작과 마침기도, 묵주기도와 성모찬송, 교본 낭독, 그리고 레지오 마리애 기도문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까떼나 기도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회합의 핵심은 활동 보고, 각자 한 주간 동안 수행한 기도와 활동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보고했다. 이어 매월 한 차례 실시하는 인근 병원 환자 방문 일정을 점검하고 활동을 배당하는 단원들의 움직임에서 단단한 신앙을 엿볼 수 있었다.
인근의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을 방문해 함께 기도 중인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
■ 한국교회 성장에 큰 기여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라는 명칭은 ‘성모님의 군대(군단)’라는 뜻이다.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시며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지휘 아래 세속과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의 싸움에 참가하기 위해 설립된 ‘영적 군대’를 의미한다. 1921년 9월 7일 아일랜드에서 프랭크 더프와 20대의 젊은 여성 15명이 가난한 환자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설립한 ‘자비의 모후회’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목포에서 처음 시작,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돼 한국교회 평신도 사도직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평신도 단체로 성장했다.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 장준일(사베리오) 단장은 “레지오 마리애를 빼놓고는 오늘날의 한국 천주교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우리 쁘레시디움에서 시작됐다는데 모든 단원들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주회에서 영적 독서를 하는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
■ 봉사의 기쁨
주회를 마친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은 10시30분 교중미사 후 부리나케 독거노인 방문 활동에 나섰다. 가파른 언덕길에 굽이굽이 골목길들이라 연로한 단원들에게는 힘이 들 법도 한데 모두가 한껏 즐거운 표정들이다.
이날 방문한 가정은 올해 94세의 공다임(마리아) 할머니 집이다. 어르신의 건강을 고려해 짧게 한 방문이었지만, 단원들은 방안에 들어서면서부터 공 할머니의 꼭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좁은 방안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손을 맞잡고 묵주알을 굴리는 모습은 성모님의 사랑을 따르는 레지오 단원들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줬다.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 활동은 여느 레지오 마리애 활동과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인근 병원 환자 방문과 독거노인 방문, 장례 미사 봉사, 비신자 가정 방문을 통한 입교 권면, 냉담 교우 방문, 불우이웃 돕기 등 일반 신자들이 일상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올해로 34년째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으로 활동해온 이시운(브루노·67) 부단장은 “레지오 마리애 활동의 가장 큰 기쁨이 봉사”라며 “힘든 이웃들을 방문해서 함께 기도하고 돌아오는 길은 그렇게 마음이 가볍고 즐거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