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이야기를 요한 복음서는 다른 공관 복음서와 각도를 달리하여 취급하고 있다. 공관 복음서에서는 성도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를 고대하던 메시아 즉 구세주, 또는 백성의 왕으로 인정하는 환호성을 올리는 광경을 돋보이게 했다.
요한 복음서는 성서에 기록된 대로 새끼 나귀를 타고 오시는 예수는 다름 아닌 이스라엘의 왕이시며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메시아이신데 이를 찬미하는 환호성은 오직 그분을 믿는 사람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사실을 처음에는 예수의 제자들도 깨닫지 못하였다가 예수께서 영광을 받으신 다음에 비로소 이 뜻을 깨닫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은 십자가로 가는 길이며, 십자가의 길은 예루살렘 입성으로 이스라엘의 왕으로 오셨지만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써 유대아를 벗어나 온 세계의 모든 민족의 메시아가 된다는 구원의 길이라는 요한의 신학을 전개시키고 있다.
요한의 신학은 복음서 첫 머리에 그 주제가 제시되어 있다. 말씀(성자 예수 그리스도)이 어두움을 비추러 자기 나라에 왔는데 백성들은 그를 거부하였다. 그러나 그 분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이것이 요한 신학의 주제이다. 하느님의 자녀는 혈통이나 인간의 욕망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말씀을 받아들이느냐 마다 하느냐로 결정된다(요한 1, 10-13).
이 주제는 예수의 공생활 동안 예수를 거부하는 무리와 예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로 나뉘어 복음이 전개된다. 예수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예수의 본고장 사람들이며 예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혈통을 따르는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순진한 사람들이었고 이 순진한 사람들은 유대아인들이 선민공동체에서 배제했던 이방인들로 확산되어 나아간다.
오늘의 입성 환호성을 듣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사실을 시인한다.『일은 다 틀렸다. 세상이 그를 따라가고 있지 않는가』라고. 요한 복음서는 라자로의 소생에서 시작하는 예수 수난의 길은(11장) 십자가의 길을 통하여 구원의 길에 이른다는 신학을 전개한다. 그래서 예루살렘 입성 다음날 이방인인 그리스사람들이 예수를 뵙겠다고 찾아온 일을 유독 돋보이게 기술한다.
그들은 과월절에 하느님께 예배드리려고 예루살렘 순례를 하던 사람들이다. 이방인들이 예수의 구원사업 행진에 끼어든 것은 앞으로의 예수의 설교 말씀이 이방인들을 향해 행해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성서에서 그리스인이란 말은 이방인이란 말의 대명사로 쓰여졌고 이방인은 이스라엘 태생이 아닌 선민공동체에 들어있지 않았던 민족을 가리킨다.
이방인은 대부분이 구약시대의 유대아교를 믿지 않는 이교도들이었지만 유대아교로 개종한 소위 개종자 이방인(Prose-liti 또는 advenae)이 있었고 완전히 개종하지는 않았지만 하느님을 공경하는 이방인이 있었다. 이들을 성서 용어로는「하느님 경외자」(라틴어:Ti-mens Deum 또는 Collens Deum)라고 불렀다. 헤로데왕 이후 성전 출입문제에 있어서 이스라엘인들의 영역과 비 이스라엘 순례자들의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여 성전 본당에는 이스라엘인만이 들어갈 수 있도록 경계 구역에「외인 출입 금지」표시를 그리스어로 써 놓았었다. 오늘 예수를 만나러 왔던 그리스인들은 이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예수께 직접 접근하지 못하고 그 제자 중 필립보에게 저들의 뜻을 전했다. 필립보는 또 동료 안드레아에게 이 말을 전하고 둘이 같이 주 예수께 이방인들의 뜻을 전했다. 필립보와 안드레아는 12제자 중 그리스식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출신이 이방인 지역과 인접한 갈릴레아의 벳사이다였으므로 그리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 두 사람은 늘 한 팀이 되어 활동하던 사람들이다(요한 6, 5~8).
이 말을 듣고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답은 동문서답처럼 들린다.『사람의 아들이 큰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그러나 이 말씀은 십자가 상에서 죽음과 그 후의 부활이 임박했다는 말씀이지만 그 영광은 이스라엘 밖의 온 이방인들에게서 드러날 때가 왔다는 미래 예견적인 구세사를 내다보고 하신 말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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