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문제로 한동안 세간이 떠들썩하였다.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는 일차적인 원인은 일단 남성에게 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이렇게 통칭하면 화낼 사람도 있겠지만)의 책임도 아주 없지는 않아 보인다.
청소년의 성범죄가 급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분석한 적이 있으나 막상 여성들의 옷차림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는 것 같지 않다.
젊은 여성이 허벅지가 다 드러나고 엉덩이가 보일락 말락 하는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차림은 누가 보든지 아슬아슬하다.
옛날 우리네 여인들은 첩첩이 속곳을 입은 위에 가슴을 졸라매는 한복 치마 저고리를 단정하게 입어서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으로 승격시키는 데 공헌한 바가 컸다. 그렇다고 요즈음 젊은 여성들에게 날마다 한복을 입고 다니라고 권하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요컨대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초미니스커트나 핫팬츠 차림은 남성들로 하여금『건드리고 싶다. 만져보고 싶다. 놀려주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어깨와 목덜미 겨드랑이가 다 드러나는 노출복도 이런 충동을 일으키는 데 넉넉히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요즈음 젊은 여성들 중에 상당수가 이런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하고 정숙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남성들의 성 충동을 유발시키는 데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본래 의복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고 죄를 지은 후에 자기의 벗은 몸이 수치스러워서 가리기 시작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 후로 인류의 문화가 발달할수록 의복도 다양하고 아름답게 변천하여 왔다.
그 사람의 의복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오늘날, 가정과 사회는 아이들이 숨어서 음란 비디오나 잡지를 보지 못하도록 대책을 강구해야겠지만, 그 못지 않게 아이들이 의복을 단정하고 품위 있게 입도록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의복은 인간의 수치심을 가리는 것 외에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외부의 자극이나 손상으로부터 보호 받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의복은 결코 이성의 시선을 끌거나 매혹시키거나 유혹하기 위해서 입는 것만은 아니다.
나의 대학 시절, 검은 치마와 흰 저고리 차림에, 파마하지 않은 맨 머리를 뒤로 모아 묶어서, 정숙하고 경건한 유관순 같은 친구가 있었다. 그 여대생이 강의실에 들어서면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담배 피우던 남학생들이 후다닥 다리를 내려놓고 점잖은 자세로 고쳐앉는 것이었다. 그 여학생에게 매혹 당해서 편지를 보내는 진지한 남학생들도 몇 있었다.
반드시 미니스커트를 입고 노출을 시켜야 남자의 시선을 끄는 건 아닌 듯싶다. 소위 섹시(Sexy)한 것만이 여자의 장기는 아닌 듯싶다.
여자는 남자의 성적 쾌락을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며, 여자는 남자의 성적 애완물이 아니다. 여자를 한갖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일부 남성의 편견과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다.
인간은 한갖 동물이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이다.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우주만상의 걸작품들을 알아보고 감상하며 찬미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인간으로 창조하신 것이다.
도색물이 사람에게 해를 주고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기 때문에 부도덕하듯이, 옷차림을 단정치 못하게 해서 성 충동을 촉발시키는 것도 부도덕에 가깝다고 본다.
인간을 기계로 보고 성 해방을 주장하는 난봉꾼도 자기가 사랑하는 아내나 딸이 성 해방의 대상이 되는 건 원치않는다.
성욕을 좌익시 할 수는 없으나 성의 문란이 곧 인격 파탄에 이른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성행위는 남녀가 서로 자신을 증여하는 헌신적인 영육의 표현이며 상호 완성에 이르기 위한 상보성을 요구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성행위는 자기의 배우자 하고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제와 헌신과 같은 윤리적인 성격을 수반하여야 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수치심이 있다. 성적 수치심은 단순히 본능적인 세력권으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하나의 자연적인 방어력이다. 그것은 자신을 방어하는 억제와, 결혼할 때 깨끗하게 증여할 가치를 적립하는 것이다』고 철학자들은 말한다.
혼인의 신성성과 가정 질서의 방파제로서의 성적 수치심의 파괴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사회해체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성 윤리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적 제재와 학교 교육과 가정과 사회, 그리고 대중매체 종사자의 협력에서 찾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과 함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