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다면 재능과 함께 예술에 대한 진지한 열정이 있으면서도 빛을 보지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는 화가들이 자기 작품을 보여주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5월 9일 화랑「갤러리 시몬」의 문을 열고 오는 6월 7일까지 1, 2부로 나눠 개관전을 갖는 큐레이터 김영빈(마리엘라ㆍ37)씨는 가능한 한 재능 있는 화가의 발굴에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각오이다.
5월 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개관전 제1부 전시회 작가로 고영우씨를 선정한 것도 김씨의 이런 취지를 잘 드러낸다. 고영우 화백은 제주도 서귀포에서만 27년간 작품활동을 한 비교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화가로서 검정 화면에 크레파스라는 재질로 표현한 놀라운 색감을 보여준다. 그는 서귀포본당에서 10여년 간을 매일 삼종시간에 맞춰 하루도 빠짐없이 종을 쳐왔다고. 지난해 4월 무려 11년 간의 사귐 끝에 새남터성당에서 인기 아나운서 원종배(시몬ㆍ41)씨와 혼배, 장안(?)의 화제를 모으기도 한 김씨는 이번 화랑 개관이 남편의「엄청난 외조」덕분이었다며 화랑의 이름도 남편의 세례명을 따라「시몬」으로 지었다고 한다.
미술과는 무관한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했으나 그림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던 김씨는 3년 전부터 큐레이터로 활동해오다 자신의 화랑을 직접 운영하고 싶던 중 기회가 닿아 이번에 화랑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박물관 등의 관리자, 관장을 의미하는「큐레이터(Curator)」는 기획, 관리, 판매 등 전시회의 전반을 총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직종이다.
『화랑의 모든 일이 겉으로는「우아」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고된 일입니다. 작품의 전시 위치를 선정하고 줄을 달고 무거운 그림을 배치하는 등 때로는 남자들에게도 벅찬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지요』
특히『경영 면에서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처음으로 자신의 화랑을 갖게 된 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부담도 느낀다』는 김씨는 그러나『미술 문화인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척박한 우리의 문화 풍토를 살 찌우는 데 작은 힘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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