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에서는 성령을 히브리말로「루아흐」라고 합니다. 이것은 바람이라는 뜻입니다. 신약에서는「프네움마」라고 하는데 입김, 숨결, 호흡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1독서(사도 2, 1~11)에서 제자들이 다락방에 모여 있을 때에「세찬 바람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세찬 바람은 바로 힘찬 성령의 충만상태를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숨을 내쉬시며」말씀하시기를『성령을 받아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예수께서「숨을 내쉬셨다」는 말씀의 뜻은 주님으로부터 성령이 직접 발산되셨다는 표현이 됩니다. 즉 사도행전에 보면 예수께서 승천하셔서 열흘 만에 성령을 보내주셨는데 오늘 요한 복음을 보면 부활 발현과 함께 예수께서는 바로 성령을 내주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성령강림이 동시에 있습니다.
성령은 천주 제3위로서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예수님께서 발산되어 나오는 기운(능력)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답게 하는 것이 성령이며 아들을 아들답게 하는 것이 성령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을 하나로 신비롭게 일치시키는 것이 성령이며 하느님을 하느님답게 드러내는 것이 성령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에게서 성령을 빼면 하느님은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마치 휘발유 없는 자동차와도 같습니다.
제자들은 믿음이 약했습니다. 주 예수님께서 3년 동안 정성들여 가르쳐 주셨고 깨우쳐 주셨건만 그들은 여전히 진리를 몰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님이 안 계신 세상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요 사공 없는 나룻배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당신이 떠나신다는 뜻을 계속 암시하시자 그들은 불안했습니다. 이때 주님께서 약속하신 협조자가 바로 성령입니다.
주님이 안 계신 캄캄한 세상은 이제 성령이 밝혀줄 것이며 부족한 지혜와 지식은 성령이 채워줄 것입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복음을 전파할 담대함도 성령이 줄 것이며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를 낫게 할 치유의 능력도 성령이 줄 것입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성령으로 하느님의 일을 예수님처럼 하게 될 것입니다. 언변도 기적도 그분이 다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다 받았습니다.
오늘 독서에 보면 배우지도 못한 제자들이 동시에 여러 나라 말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베드로는 감동적인 대중 설교를 통해 한꺼번에 3천 명에게 세례를 주었으며 다른 곳에서는 장정만도 오천 명이 예수님을 믿게 만들었습니다. 오죽잖은 인생이 지식인과 부자와 세도가들을 압도합니다. 성령 때문입니다.
우리도 성령의 은혜를 생활에 실현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윤기있게 번쩍번쩍 빛나는 삶, 재미있게 신이 나는 기쁨의 삶을 신앙 안에서 구현시켜야 합니다. 만일에 그렇게 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바보요 멍청입니다. 좋은 선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쓰레기통을 뒤지는 서글픈 존재들입니다.
한 자매가 있는데 얼굴엔 늘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얼굴은 예쁜데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아들 중에 하나가 정신 지체자였습니다. 자매는 그것이 항상 고통이요 슬픔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성령 안수를 받고 나서는 근심과 불안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녀가 그랬습니다. 전에는 아들 땜에 못살 것 같더니만 성령의 은혜를 받으니 아들 땜에 살 맛이 나게 됐다고 했습니다. 성령은 사실 그렇습니다.
성령은 어둠을 빛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시킵니다. 무엇이든 사람으로 하여금 살맛나게 해줍니다. 그러나 성령을 받기 위해서는 그릇이 깨끗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철저한 회개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자기의 죄를 쥐어짜서 진정으로 뉘우쳐서 회개할 때 성령은 찾아주십니다. 아니 그것마저도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 참된 회개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성령의 선물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회개합시다. 이것이 능력을 얻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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