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숙씨는 “봉사는 주님이 이끌어주시는 것”이라며 “주님께서 우리 삶을 변화시킴에 감탄하게 된다”고 말한다.
“영이 없는 몸이 죽은 것이듯 실천이 없는 믿음도 죽은 것입니다.”(야고 2,26)
은퇴 후 성경을 읽던 정혜숙(마리아 도미니카·68·수원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의 마음에 야고보서의 이 말씀이 깊이 다가왔다.
정씨는 30년 동안 적십자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을 해왔다. 수많은 재난현장을 찾는 봉사자들이 그의 손을 거쳐 보내졌다. 하지만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오랜 기간 봉사하는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신앙인으로서 봉사다운 봉사를 하지 못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봉사는 내 힘이 아니라 주님이 이끌어주시는 것 같아요. 봉사를 하면서 하느님이 나를 봉사로 인도하고 계심을 느꼈어요. ‘주님께서 이렇게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구나’하고 감탄하는 나날이에요.”
정씨도 일시적인 봉사는 해본 적이 있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태안 기름유출사고 등 많은 일손이 필요할 때는 정씨도 손을 걷고 봉사에 나섰다. 하지만 정씨는 신앙의 실천을 위해 시작한 봉사에서 “일시적인 봉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쁨을 얻었다”고 했다.
정씨는 교구 사회복음화국이 운영하는 자원네트워크센터에 봉사자로 등록하고 봉사를 시작했다. 자원네트워크센터 덕분에 정씨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 수월했다.
개인적으로도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 방문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할머니 한 분이 “지금까지 도움만 받았다”면서 “나도 나누는 기쁨을 얻고 싶다”고 말하며 냉이와 쑥을 내밀었다. 정씨가 다음 방문에 냉이와 쑥을 어떻게 먹었는지 설명하자 “나누는 기쁨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면서 기뻐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정씨의 눈에 선하다.
정씨는 “봉사를 하면 그 기쁨을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도움 받는 사람도 도움을 주는 사람도 봉사를 통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3월 9일부터는 안산생명센터 ‘생명지킴이’ 봉사자로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죽음의 문화 속에서 고통받고 생명의 끈을 놓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사실 낙태, 자살에 직면한 분들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그분들을 도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하다”면서도 “그분들이 변화해나갈 것에 기대되고 그분들에게 희망을 건다”고 말했다. 또 “심리에 관한 학문적 이론을 교회의 영성과 접목시켜서 상담과 봉사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노력봉사는 하기 힘들죠. 그래도 하느님께서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건강을 주셨어요. 앞으로도 봉사를 하면서 기쁘게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