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15일은 교회가 제정한 제28차 홍보주일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해가 교회와 UN이 정한「가정의 해」인 만큼 특별히 오늘날 가정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TV에 초점을 맞추고「TV와 가정」이라는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 그 자체가 되어 있는 TV 앞에서 가정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으며 매체의 무차별 침투와 공격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에 5월 7일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위원장=이갑수 주교)는「가정과 TV」를 주제로 명동성당 문화관 소성당에서 94년 홍보주일 기념행사 및 심포지엄을 개최, TV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이근자(가족신문「비룡이네」편집인)=「어린이 교육과 미디어의 역할」
『TV는 가족간 대화를 단절시키고 가정생활을 파괴시키며 아이들이 좋지 않은 행동을 모방하도록 조장한다』면서『이러한 것은 획일화되고 경직된 사고를 부르고 심지어 만화영화 등에서도 폭력이 등장 모방 속의 폭력심리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씨는 덧붙여『아이들의 모방성이 좋은 쪽으로 흐르도록 TV 제작자들이 사랑 도덕 등 기본적인 양심을 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당부하고『교회 내에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조정기구나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김온기(강사ㆍ선릉어린이집 원장)=「아동에 미치는 미디어의 내용」
김씨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체들 가운데 특히 TV, 비디오의 예를 들면서『어린이의 사회와 과정 중 TV, 비디오의 영향은 막대하며 유치원의 놀이 종류들까지 TV를 모방할 정도』라고 밝히고『무조건 그 영향력을 나쁘게 탓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선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
또『긍정적인 측면으로 아이들의 TV, 비디오 선택을 중재하고 선별해 주면서 아이들이 좋은 생각을 표현하면 격려해주고 설득을 통해 TV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천(중앙대학교 광고학과 교수)=「현대 광고의 문제점」
먼저 TV 광고의 영향력을 이씨는『지난해 한 해 동안 광고비가 』3조2천억 원이었으며 이 중 TV에 사용된 것은 거의 9천억 원으로 전체 광고의 27.8%를 차지한다』고 말하고『우리나라 광고 비율은 세계 11ㆍ12위이며 독일, 이태리보다 앞선다』면서『이런 광고의 문제점은 화려하고 자극적 표현으로 시청자의 주의를 모으고 극단적으로 미화된 환경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국민들의 체면, 겉치레주의에도 책임이 있다』고 밝히면서『이성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광고를 보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광고 모니터 교육 등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증가시켜 역기능을 최소화시키고 문제 해결을 위해 광고 매체와 소비자가 같이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중헌(조선일보 문화2부장)=「TV 영화가 가정생활에 미치는 영향」
정씨는 TV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문제점 중 영화에 대한 예를 들고『우선 외화들은 질이 낮고 값싼 것으로 편성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 때우기 식의 경향이 강하며 심의 기준이 모호, 주말 오후에 성인용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고 밝히면서『특히 폭력성, 선정적 장면들이 여과 없이 방영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폭력성의 경우 지나친 폭력 내용이 걸러지지 않고 방영되고 있으며 방송 시간대도 저녁 9시 이전일 때가 있다』고 지적하고『성애물의 경우 TV가 안방에서 상영되는 가정매체라는 점에서 결혼, 가정, 순결을 침해하는 내용은 선정적 장면과 함께 주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우(어린이 잡지「소년」편집부장)=「만화가 가정교육에 미치는 영향」
만화매체는 문학과 영화라는 쟝르의 접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물의 동작에 대한 생략, 정지된 그림, 과장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만화매체는 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자고 머릿 속에서 그림의 전개 과정이 재구성된다.
만화의 흥미, 단순성으로 어린이들은 만화매체에 쉽게 빠지게 되는 한편 논리 전개 능력과 독서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킬 수 있다.
TV 시청은 개방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만화는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선정, 폭력성에 따른 악영향이 더 심각할 수 있다. 부모들은 어린이들이 만화만이 아니라 동화나 동시, 소설 등을 만화매체와 함께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정훈(SBS PD, 신체 장애자용 지도 제작자)=「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와 관련해 남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기 가정의 유익에만 집착하는 사회적 분위기 문제가 지적돼야 한다.
공중파 TV 방송의 편성은 기본적으로 공리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노인, 장애인, 농어촌 등 소수-또는 소외된 사람들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밝은 내용이 아니라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처우에 있어서는 격리주의와 사회 통합주의적인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미디어는 함께 사는 사회, 사회 통합을 위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바 이를 4가지 단계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인식의 단계에서는 장애인에 대해 동정에 그치거나 과장, 미화하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 문제 제기 단계에 있어 현재의 폭로주의, 문제에 대한 지적보다는 선행을 발굴, 보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세 번째 실천 단계에서는 구호 위주의 캠페인이 아니라 실천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수용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신현응(평화방송 보도국장)=「가정생활과 바람직한 종교 TV 프로그램」
종교방송의 목적을『초월적 가치를 다루면서 진리, 정의 사랑을 촉진하는 종교적 가치를 부여하고 비영리적, 공익적 교육적 형태를 가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인간 존엄성을 일깨우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거나 환경, 가정문제 등을 다루고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스런 삶을 사는 이들을 포맷의 제한 없이 소개하는 것』이 종교방송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또『전통문화를 접합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일반 TV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종교방송에서 해야 한다』며『결론적으로 기능적 측면에서 소외계층 등 어려운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윤석(신부ㆍ대전교구 홍보국장)=「매스미디어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시각」
존재한 모든 것은 하느님이 만드신 것이며, 그 자체로 선한 것이다. 태초부터 존재한 하느님의 말씀이 곧 언론이고, 교회는 대중매체의 중요성을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간에게 봉사할 때 가치가 있고 따라서 매체도 인간 존엄성을 확인,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매스미디어 교령」에서도 하느님의 선물로서의 대중매체의 선용을 강조했다.
대중매체는 현대 사회에 적합하게「올바른 가치관의 형성」에 도움을 주도록 사용돼야 한다. 앞으로 유선방송을 통한 종교방송이 출범하면 문화의 복음화와 영성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가톨릭교회가 2천년의 전통 속에 쌓아온 보화로서의 영성을 기반으로 해서 모든 프로그램이 기획, 제작돼야 한다.
■김영숙(수녀ㆍ성바오로딸 수도회)=「종교방송과 PD의 영성」
방송사마다 고유한 목적과 이념이 존재한다. 종교방송과 일반 방송의 프로그램이 아무 차이가 없으면 종교방송이 존재할 이유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종교방송은 자신의 고유한 내용과 목적을 가져야 한다.
종교방송의 목적은「TV 문화의 복음화」라고 할 수 있다. PD는 그 방송사 특유의 맛을 알아야 한다. 또 혼자 일할 수 없는 방송의 특성상 팀웍의 중요성이 지적돼야 한다. 특히 종교방송사에서 지나친 경쟁의식보다는 서로간의 깊은 우정과 격려가 필요하다.
종교방송의 PD는『하느님 안에 살아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럴 때에만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린다. 젊은이들이 요구하는 영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PD들이야말로 현대인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박임환(모니터ㆍ서강대 커뮤니케이션 센터)=「바람직한 가정용 프로그램의 모형」
보통 저녁 5시부터 9시 뉴스까지의 시간대가 가정용 프로그램 방송에 적절한 시간대이다. 부모들을 포함해 모든 가족 구성원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갖고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부모들은 연령이나 내용 면에서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모든 가족이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윤리적인 면에서 적절한 프로그램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방송장비는 최첨단화해 있으나 방송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시청자에 대한 교육은 부족하다. 시청자가 올바른 수용 자세와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 교육, 체제, 교재가 여러 차원에서 제공돼야 한다. 즉 전문 제작진을 양성하는 일과 함께 부모, 어린이,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미디어 교육이 보다 광범위하게 실시될 필요가 있다.
■발표자
이근자(가족신문 비룡이네 편집인) 김온기 (강사ㆍ선릉어린이집 원장) 이명천 (중앙대학교 광고학과 교수) 정중헌 (조선일보 문화2부장) 이범우 (어린이 잡지 소년 편집부장) 정훈 (SBS PD) 신형응 (평화방송 보도국장) 방윤석 (신부ㆍ대전교구 홍보국장) 김영숙 (수녀ㆍ성바오로딸수도회) 박인환 (모니터ㆍ서강대 커뮤니케이션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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