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수녀의 위치는 고용인인가 어머니인가?
1985년 7월 현재 우리나라 6백 91개의 본당가운데 1백 49개를 제외한 5백 42개의본당에는 약 1천 6백여명의 수녀가 파견되어 있다. 52개의 수녀회에 속한 3천 9백 31명이라는 전체 수녀 숫자로 볼때 많은 수녀들이 본당사목에 파견되어 있음을 볼수 있다.
2백년의 한국 천주교회 역사 중반인 1885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가 한국에 진출, 여자수도회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1909년 처음으로 평양, 황해도, 제주도의 각 본당에 수녀를 파견하기 시작함으로써 세계에서 보기드문「본당수녀상」을 심은 것이다.
회원들을 전국 본당에 파견하고 있으며 또한 회원수가 2백명이 넘는 몇몇 수녀회를 방문하였다. 본당수녀로서의 경험이 많은 수녀 및 현재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녀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수녀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그대로 펼쳐보기로 한다. 교회안의 여성 특히 봉헌된 여성으로서 본당에서 봉사하고있는 수녀들 자신은 자기 역할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 본당안에서의 수녀의 위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현실에서 자신이 처해있는 위치를 솔직이 표현해주십시오.
▲에집트의 종살이지요(다같이 웃음) 뭐 자유가있읍니까. 결정권이 있습니까. 그저 신부님하라는대로만 해야하니까요.
▲일꾼도 아니고 전도부인도 아니고 종도아니고, 수녀 위치를 어디 갖다 놔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잡역부로 고용된 것같은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본당에서의 수녀의 위치는 그래도 어머니인 것 같습니다. 한가지 사무나 전교만 하는 것이 아니고 가정주부처럼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되니까요.
◆사제의 능동적인 협력자
-네. 어머니의 모습, 그것이 신자들도 바라는 바람직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 어머니상을 이루고계시는지 아니면 어떤 애로가 있는지요?
▲제 경험으로는 확실히 수녀는 본당에서 어머니여야하고 또 실제로 그렇다고 봅니다. 본당을 비웠다가 돌아왔을때 그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머니로서의 역할이라면 어느정도 결정권도있고 위치 확보도 돼있다는 얘기인데요. 가정에서 어머니는 자녀교육이라든지 가사 전반을 책임지고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본당에서의 수녀는 현재로서는 제대로 어머니 모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어중간한 위치라고 봅니다.
▲여러 본당을 돌아다니다보니까 수녀의 위치는 전적으로 주임신부님에 달려 있더군요. 수녀의 위치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수시로 바뀝다. 따라서 지금까지 본당내에서 수녀의 확실한 위치는 없다고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어떤 신부님은 한때 교구 차원에서 수녀 위치를 찾아주려고 노력하신 일도 있었습니다마는...
▲본당마다 사목기구표가 있는데 그 기구표 안에 본당수녀는 옆으로 줄을 그거 그 위치를 표시해둔 곳도 있고 아예 없기도 합니다. 교구의 사목지침에서 본당수녀의 위치를 규정해주는 것이 우선 되어야지요. 제도적으로 아무 배려도 없는데 수녀들 편에서 자기위치를 찾으려한다면 공연한 알력과 갈등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요?
▲사실 본당사목은 신부님이 하시는 것이고 수녀는 그 협조자라고 봅니다. 수녀는 사목자가 아니니까요. 그때 그때 신부님의 방침에 따라가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녀는 어떤 주관이 없이 눈치껏 요령만 늘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물론 수녀는 사제의 협력자입니다. 다만 어떤 협력자인가가 문제라고 봅니다. 무조건 신부님 하라는 대로만하는 시종같은 협력자가 아니라 수도자 신분을 지키면서 아울러 여성 본연의 특성으로써 함께 해나가는 능동적인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러 수녀들의 이야기는 상반되는 의견이 없지 않았으나 공통되는 문제를 다음 몇 가지로 추려 볼 수 있다.
본당 수녀들은 갖가지 역할의 과중한 요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신심단체 지도ㆍ상담ㆍ회합ㆍ교리교수ㆍ행사 진행 등에도 관여해야 한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일들의 결정 단계에서는 제외되는 수가 많다.
본당수녀의 역할과 위치는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을 의식해가는 신자들과의 유대 안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는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본당사목의 조직에서의 본당수녀의 위치정립은 본당공동체의 유대 안에서 그 역할에 충실을 기하게 하는 첩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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