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사목에 수녀는 꼭 필요한 존재인가?
선교 3세기를 바라보는 본당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본당수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그 위치가 정립되어야 할 필요성을 말했었다. 이번에는 수녀 본연의 역할은 무엇이며 능동적인 협력은 어떤 것인지 구체적 실상을 함께 보기로 한다.
본당사목의 참여에 있어서 수녀 자신의 방안은 어느정도 성취시키고 계십니까?
▲신부님에 따라서 어떤 신부님은 수녀가 창의력을 발휘하여 활발히 해주기를 바라는분이 있는가하면, 수녀는 시키는대로나 하라는 신부님을 만나면 또 그렇게 하는수밖에 없습니다. 본당의 모든일에는 신부님이 전적으로 그 열쇠를 갖고 있기에 수녀는 어디까지나 수동적 협조자로 따를수밖에 없습니다.
▲개방적이고 인격적인 신부님을 만나면 창조적인 일을 해내고 그렇지 않으면 잠자는 것입니다. 마음 상하는 것보다는 자는것이 더 나을테니까. 그런데 이렇게 잠자는 본당이 의외로 많은것 같습니다.
-본당사목에 수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본당에서 수녀가 하고있는 일의 성격을 보면 뭐 꼭 절대적으로 수녀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우리 신자들의 수준이 아주 높아져서 교리도 잘 가르칩니다. 수녀가 그들의 지식, 능력을 능가하지 못합니다. 수녀는 이제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할것 같은데… 아직은 수녀들을 필요로 하는 벽촌으로 가서 봉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평신도들도 일잘하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역시 그리스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이끌어주고 신앙면에서 성장하도록 격려하고 자극을 줄수있는 것은 그래도 수녀가 할 수있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집안에서 어머니가 병석에 있더라도 어머니가 계신다는 그 사실이 중요한 것처럼, 본당에서의 수녀는(그냥 있어주는)그 존재 자체로서도 고무가 되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수도자로서의 증거를 잘 해야겠지요.
▲앞으로는 본당에 수녀를 파견할때 그 수녀의 전담분야를 확실히 정해야 하겠습니다. 교리교사, 상담자로서 등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다 해야 하는 데서 오는 능력의 한계와 과중한 업무를 이제는 조절해야 합니다. 보다 수도자다운 분위기로 말하자면 수녀는 본당에서 이러저러한 일을 해내는 역할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그리스도교 영성의 심화를 이루는 데 중심역할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수녀ㆍ사제ㆍ평신도간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 마련돼야
- 교회안에서도 여성이 남성우위적 사고방식때문에 겪는 갈등이 있는지요?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의 위치를 염두에 두고 사목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성은 남성이 머리 짜면 그밑에서 궂은 일이나 소리없이 하면서 실제로 뛰는 것은 여성입니다. 여성은 여성 나름으로 본당문제를 보는 눈이 따로 있어요. 가정에서처럼 남성과 여성이 함께 완성을 향해 나가야 하는데, 암탉이 울면 어쩌고 하는 사고방식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수녀도 본당사목의 제반사항을 알아야하기 때문에 사목회의에 꼭 참석하고 싶지만 몇년째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의도 중 수녀의 발언으로 사제의 뜻대로 안되는것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녀는 그저 무엇을 하든 좋다고만 하기를 바라는것은 바른 처사가 아닙니다. 이렇게되니까 사목위원들도「수녀님이 뭘 아십니까, 뭣때문에 아시려고 하십니까」이제는 으례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자연히 수녀는 본당사목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니 본말이 전도된 느낌일수 밖에요.
▲사제는 본당에서 왕이라고 하지요. 남성에다가 사제에다가 뭐 그보다 더 높은 지위가 있습니까? (웃음)제가 처음으로 그런 일을 겪고 분노를 느낀 적이 있습니다. 아주 젊은 사제로부터 번번이 반말로 명령을 듣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함께 있는 수녀가 신부님께 충고드린 후 고쳐졌습니다만.
본당수녀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본다.
본당수녀에게 어떠한 위치를 부여하기에 앞서 본당수준에서, 교구 차원에서 한국교회 차원에서 수녀ㆍ사제ㆍ평신도간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場)이 마련되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본당수녀의 위치정립 요청이 본당수녀의 권익보호나 주장에서 나온것이라기 보다 자신들의 자성(自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때, 특히 봉헌된 여성으로서의 본당사목에의 기여에 초점을 맞추어 이문제가 해결 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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