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비극이었던 광주의 오월을 맞이하면서 80년 그날의 생생한 체험을 고백한 조철현(비오) 신부(광주 봉선동본당 주임)의 증언집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제의 증언-진실을 말해도 안 믿는 세상』(빛고을 출판사)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천주교 사제의ㆍ신분으로 5ㆍ18 광주 민주항쟁에 수습위원으로 참여하여 5ㆍ18을 온 몸으로 겪은 조철현 신부의 체험이 날자별로 기록되어 있다.
『성직자가 오죽했으면 광주 민주항쟁이라는 비극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를 했겠는가』라고 전제한 조 신부는『민주화를 외치는 민중을 향해 발포 명령을 한 자가 누구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문제의 핵심을 압축하여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언론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주장, 시사문제의 날카로운 비판 등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되었던 칼럼 모음 등을 여과 없이 싣고 있다.
지금까지 5.18에 관한 책이 출간되기도 했지만 천주교 사제의 증언집으로서는 처음이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저자가 천주교 측 대표로 시민군 측의 협상을 통해 유혈사태 확산 방지 활동을 중심으로 항쟁 기간 동안의 체험이 일자별로 기록되어 있다.
또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헌신하였음에도 진압 후 오히려「국가 중요 내란죄」라는 어마어마한 죄목으로 투옥돼 고초를 겪은 일, 군사재판을 받기까지의 저자의 회고와 재판 관계 문건을 수록했다. 또 당시 국회 청문회 광주특위에서 광주항쟁의 살상과 정당성을 온 국민에게 알리고 신 군부의 정권 탈취 음모에 의해 일어난 비극이라는 사실을 낱낱이 폭로한 TV 실황중계 장면을 록취, 게재하였다.
후반부에서는 5ㆍ18 항쟁과 직접 관련된 증언이나 기록은 아니지만 언론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주장, 또 그때 그때의 시사문제에 관한 비판 등 칼럼 들을 담고 있어 광주 민주언론협의회 의장으로서의 저자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광주항쟁 14주기에 즈음하여 항쟁의 실상에 대한 종합적이라고도 생생한 기록 이 아쉬운 이 때 항쟁 중심에서 직접 체험한 사제의 증언집이 출간됐다는 것은 당시 책임자 규명과 처벌이 이뤄지지 못한 현 시점에서 또 광주 민주항쟁이 역사 안에서의 바른 자리 매김을 위해서도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하겠다.
한편「사제의 증언」출판 기념회가 5월 5일 오후 3시 30분 광주 가톨릭센터 7층 강당에서 윤공희 대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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