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노동의 신성함을 널리 선포하고 노동자들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기 위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3월 10일 근로자의 날이 5월 1일로 바뀐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 안에서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들의 품위와 인격이 존중되고 고양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노동의 신성함과 노동의 권리와 의무는 성서에 기초를 두고 있는 진리입니다. 노동은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인간의 타락은 노동의 신성함을 망각하거나 상실하고 인간이 하는 노동의 권리와 의무도 잊어버리게 만들었습니다.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습니다」(로마 5、20)라고 구원의 신비를 밝히신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감이 타락한 인간에게 노동의 신성함은 죄에 대한 속죄와 죽을 인생의 생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조건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가르치게 됐습니다. 그러므로 근세까지는 노동의 의미와 가치는 교회 안에서 늘 신성하게 평가됐습니다.
산업화로 말미암아 생산성이 고도로 성장하면서 자유 자본주의와 도시화 현상이 일어났고 인간은 노동하는 기계로 전락하게 됐습니다. 그 후 세계 각처의 노동자들이 유물사관에 입각한 계급 투쟁을 전개한 반면 가톨릭 노동자들은 그리스도교적 노동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미국에서의 노동운동은 가난한 가톨릭계 노동자들 가운데서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5월 1일을 공산주의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5년 성 요셉을 노동자의 주보로 선포하고 5월 1일에 그 축일을 지내게 하셨습니다.
한국 사회는 1970년을 전후하여 주교단이 적극 개입하며 노동운동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계는 1987년을 전환점으로 정치적 상황도 변화되었으며 차츰 후기 산업사회 모습을 띠게 됩니다.
한국에도 기계화、전자공업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노동계에도 소위 3D 현상이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제 노동계도 생산직 근로자 중심의 연대성이 아주 희박하게 되었고 세분화되어가고 잇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도 심각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7월 29일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자료집과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습니다.
지난 주일은 착한 목자주일이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인간적 기본권과 노동의 신성성을 고취하는 기회로 명동성당에서 미사 봉헌을 하셨습니다. 30여년 전 우리나라의 20대 전후 젊은 남녀들이 매년 수천 명씩 외국에 나가 광부나 간호사 등으로 취업을 하며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이를 생각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사와 사회적 조건은 이렇게 다양하게 바뀌고 있으나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고 하느님의 자녀로 불리운 우리 인간들의 존엄성은 변함이 없고 변함이 있어서도 안 됩니다. 그래야 그들의 기본적 활동인 노동과 휴식、일과 놀이가 신성한 것으로 남게 되고 인간의 위대한 품위도 지켜지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노동절을 지내며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우리의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권리、이러한 인간이 해야 하는 노동의 신성함을 새롭게 깨달으며 이 품위와 권리、신성함이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또한 하느님께 의지하여서만 수호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천명하기 위하여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 안에 한 형제 자매로서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고 노동의 신성함과 노동자의 품위를 고취하고 선포하는 노동절로 경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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