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방송 기자로서는 최초로 일본 동경에서 해외 특파원으로 2년 8개월을 근무했던 KBS 전여옥(글라라ㆍ36세ㆍ국제부 기자)씨가 집필한「일본은 없다」란 책이 서점가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뼈 아픈 상처를 입은 우리 민족, 그러나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일본을 동경하고, 일본 거리의 패션이 그대로 명동거리를 뒤덮는 현실에서 저자 전여옥씨는 일본을 마치「시드니 쉘던의 소설에 나오는 가냘픈 어린이의 모양을 하고 있는 화려한 경력의 살인 전과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처럼 비인간적이고 역사적으로 불결하고 도덕적인 마비현상을 보이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밝히고 있는 전여옥씨는『우리가 원하는 선진국은 절대로 일본 같은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종군위안부 문제를 비롯 일본 사회 내의 여성의 위치, 일본인이 생각하는 한국, 한국인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일본을 해부하고 있는 이 책에는 일본인들의 속성과 문화 실태를 적나라하게 소개하고 있으면서 한국인으로서 가져야 할 주체적 정서를 촉구하고 있다.
이 책에는 무릎을 꿇고 차를 따르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일본 여성, 오선화라는 한국 여자를 내세워 한국을 비하시키려는 일본의 지식인들, 흑인 병사를 선호하는 일본 여성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수많은 사건 속에서 저자가 느껴야 했던 일본의 진상을 솔직,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끝없이 한국과 일본은 다르고, 절대로 일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저자는『일본을 일 주일 정도 가볍게 여행하고 돌아온 이들은 일본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침이 마르도록 일본 찬미가를 부르나 일본의 하나하나를 제대로 보고, 종합하면 일본은「결국 없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주관적 입장에서 일본을 다루고 있다는 비평도 있지만 2년 8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일본의 구석구석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는 면에서 전여옥씨가 쓴「일본은 없다」가 돋보이고 있다. 저자의 적극적이면서도 활발한 취재 활동을 가늠하게 하는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일본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또 일본의 사회 구조와 문화적 정서를 모르고 마냥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거나, 일본에 의해 지배 당했던 시절에 대해 향수를 갖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이 책은 아마도 일본의 새로운 면을 보게 하고, 나아가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데 보탬을 줄 것이다.
지난 84년 나환자를 돌보는 성 프란치스꼬회 수사들을 취재하던 중 그들의 순수함에 반해 세례를 받게 됐다는 전여옥씨. 전여옥씨는『가톨릭 교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지위 향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앞으로 수녀나 수사들이 하는 거룩한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현재 서강대학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전여옥씨는 앞으로 일본에 대해 더 공부해 일본이 아시아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정세 분석을 담은 책을 출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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