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며 모든 사랑은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또한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도 사랑이며 그 사랑의 극치는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러나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어가고 있으며 죽음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 인생 안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문제는 즉 어떻게 죽느냐 하는 질문과도 일맥상통하게 됩니다.
어느 시한부 인생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폐혈전증、신부전증、간경변증 등 무려 십여 가지도 넘는 병을 앓는 그 사람에게 의사는 이제 얼마 못 산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환자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람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먼저、거리에 버려져 있는 환자들을 자기 집에 불러모았습니다. 더럽고 냄새 나는 그들을 목욕시켰으며 옷을 빨아주었고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잠도 함께 잤습니다. 그러자니 환자들이 자꾸 불어났으며 식량이 부족했고 재울 방도 모자랐습니다. 그래도 그는 기도하면서 열심히 도와주었습니다.
과로로 인해서 여러 번 쓰러졌으나 그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병 때문에 일을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도 있었으나 그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빚도 많이 졌으며 설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도 그는 생명이 다하는 시간까지 자기보다 어려운 환자들을 데려다가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살다가 나이 서른에 죽었습니다.
그가 쓰러졌을 때 한국 가톨릭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서는「가톨릭 대상」이라는 큰 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장례식에는 추기경님이 직접 미사를 주례하셨으며 신자들은 물론 많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참석해서 고인의 뜻에 존경과 사랑을 드렸습니다. 이름은 김근영이었고 본명은 안토니오였습니다.
벗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먼저 그 사랑을 실천하셨습니다. 당신 아들을 세상에 보내주셨는데 그분이 우리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으셨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그분의 죽음 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벗을 위해 생명을 바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당신의 생명을 주셨기 때문에 우리도 그분을 위해서 생명까지 바치는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언젠가 어린이들이 피정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1박 2일 피정이었는데 그야말로 전쟁이요、난장판이었습니다. 세면장의 수도꼭지를 있는 대로 다 틀어놓고 장난질 하는 아이들、이불을 있는 대로 깔아놓고 재주를 넘는 아이들、문을 쾅쾅 닫으며 복도를 소리 지르며 달려가는 아이들、한마디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피정 지도를 하던 수사님도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는지 모르겠다면서 껄껄 웃었습니다.
자녀는 아무나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예수께서는『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들 사랑해왔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도 그 사랑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도 커서 어른이 되면 우리에게 받았던 그 사랑을 그들의 자녀들에게 또 전해줄 것입니다. 즉 하느님께서 먼저 사랑해 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사랑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께서는 또『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닐 내가 너희를 선택했다』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벗으로서 선택 받은 사람들입니다. 지금 우리의 처지가 아무리 고달프고 외롭다 해도 하느님께선 바로 그 처지에서 우리를 벗으로 불러주셨습니다. 이것은 보통 축복이 아닙니다. 세상을 주관하시는 분이 바로 내 벗이요 그분이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 아무 부족한 것도 없고 부러울 것도 없습니다. 사랑과 미움은 백지장 하나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로서 엄청난 거리가 있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살리지만 미움은 사람을 죽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하면 남도 살리고 자신도 살리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움으로 남을 죽이면 자신도 역시 죽이게 됩니다. 따라서 서로 사랑하도록 합시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계명이며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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