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알의 밀알은 썩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소박한 진리를 죽음으로 증거한 우리의 순교성인들. 서울지역외에 순교자의 피로 적셔지고 다시 시성으로 축복받은 땅이된 지방의 성인순교성지는 전주의「숲정이」「서천교」충남 조령의「갈매못」「공주감영」경상도 지방의「관덕정」그리고 얼마전 우리적십자 대표단이 밟았던「평양」등 모두 6개의 지역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신유(1801년) 기해(1839)병오 (1846년) 병인(1866년) 대박해로 이어지면서 순교자의 피가 마를날이 없었던「숲정이」는103위 순교 성인가운데 6명을 배출(?)한 고난의 땅이자 영광의 땅이다.
숩머리 숲정이는 유난히도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의 고난과 박해를 함께하여 죽어간 믿음의 땅、전주지방에서도 대표적인 성인 순교성지로 손꼽히고 있다. 전라북도 전주시 해성중고등학교 내 우뚝 솟은 흰색의 높은탑、순교자 현양탑은 바로 그곳이 1866년 병인대박해 당시 조화서 손선지 이명서 한원서 정원지 정문호 등 6명의 순교자들이 고귀한 피를 뿌린 은총의 땅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조때부터 형장으로 사용돼 왔으며 1801년 신유박해를 기점으로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장으로 인연을 맺은 숲정이는 이누갈따 유요한 동정부부의 첫순교를 시작으로 무수한 순교자들이 탄생、영광의 빛을 더했다. 병인박해의 회오리 속에 체포된 이들은 감옥에서도 신앙인의 자세를 지켜나갔고 결국 그해 12월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 썩기위한 한알의 밀알로서.
전주시 다가동 다가교와 매곡교 중간에 위치한「서천교」는 순교자의 고향 전주교구가 확보하고 있는 또하나 영광의 성지다. 현재 총연장80m 교폭9m의 콘크리트 다리로 변해있는 서천교 일대는 옛날의 흔적을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도록 변해버렸는데 이곳에서 순교성인 조윤호는 매질과 목졸림으로 순교했다. 그때 그의 나이 19세. 그는 최양업 신부의 복사를 지냈고 숲정이에서 순교한 조화서의 아들로 아버지와 함께 잡혀 심한 문초와 고문 배교의 유혹을 받았으나 끝내 영원한 삶을 택했다.
그러나 그의 순교행적은 기록자료의 부족으로 확실하게 남아있지 않고 있으며 순교터조차 한뼘의 땅도 확보 못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있다. 따라서 전주교구는 우선 서천교의 영광을 신자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서둘러 왔으며 이제 지속적인 개발사업으로 순교의 터전을 가꾸어나갈 방침이다.
충남보령의「갈매못」은 제 5대 조선교구장 안주교를 비롯 위앵 민신부 오매뜨르오 신부 등 성직자 3명과 황석두 장주기 등 평신도 지도자 2명이 순교한 내포지방의 순교성지. 병인대박해의 와중에서 체포된 이들은 서울로 압송돼 의금부에서 형벌과 고문을 받은뒤 다시 갈매못으로 옮겨져 순교자의 대열에 나아갔다. 당시 고종의 병환과 국혼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속에서 서울지역에서 피를 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결정 때문에 이들은 죽음의 대행진 끝에 갈매못에서 군문효수를 당했던 것. 이들이 진리의 증거자가 된지 109년만인 1975년 순교위치가 확인돼 순교비가 세워지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갈매못은 최근들어 교구의 단계적인 개발 계획에 따라 그 옛날의 영광、믿음의 현장으로서 그위치를 되찾기위해 안간힘을 쏟고있다.
「공주감영」. 갈매못과 함께 순교자의 숨결이 서린 내포지방의 순교성지가 바로 공주감영이다. 수많은 순교자들이 이름없이 죽어간 이 순교지에서 성인 순자선은 1866년 28세의 나이로 순교자의 화관을 받았다.
안주교를 도와 포교에 앞장섰던 그는 신자들을 생매장하는 박해의 극치속에서도 당당히 그리스도의 뒤를 따랐고 결국 성인품에 올랐다.
불란서인 방신부가 이곳의 중요성을 인식、1940년대부터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교동본당이 자리해 순교성지의 모습을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순교성인을 탄생시킨 영광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성인 손자선의 순교의 덕을 기리는 기념성당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에 따라 교동본당은 힘겨운 작업을 펼치고 있다.
「관덕정」은 수많은 순교자 중에서 유일하게 성인품에 오른 성인 이윤일이 목숨바쳐 신앙을 사수한 경상도 지방의 순교성지. 문경 여우목에서 체포돼 대구 감영으로 옮겨진 그는 이미 올해(1815년)、정해(1827년)박해때 10명의 신자들을 처형한바 있는 남문밖 관덕정에서 참수당했으며 그리스도를 따라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됐다.
성 이윤일의 순교에 관한 기록 역시 자료의 부족으로 상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는 안타까움속에서 그가 순교한 관덕정 자리는 현재 대구대교구에 의해 성역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9월 20일 성 이윤일 기념관 기공식을 갖는다.
한편 병인년 평양에서 순교한 유정률의 순교성지는 제반 여건상 영광의 빛을 찾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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