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설 ‘평화나눔연구소’ 창립 3주년 기념 세미나
남북이 대화 주도권 갖고 평화적 관계로 개선해야
‘불확실성의 동북아 질서와 한반도 평화의 길’ 주제
북·미 대화에 소외되지 않고 미·중에 끌려가선 안돼
북한 경제난 ‘심각’… 취약계층 위한 지원 재개 필요
3월 22일 열린 평화나눔연구소 창립 3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과 메리놀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정세덕 신부(앞줄 가운데부터 왼쪽으로)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
성경 말씀처럼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하나’가 되기 위한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일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반도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를 계기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 3월 5일 대북특사단이 방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4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도 이끌어냈다. 5월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돼 남·북·미 대화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흐르고 있으나 오랜 시간 분단돼 있었던 만큼 상황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도 적잖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 부설 평화나눔연구소(소장 최진우)가 3월 22일 서울 명동 교구청 5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세미나는 미·중관계와 한반도, 남북 관계의 전망과 앞으로의 대응과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자리였다.
평화나눔연구소 창립 3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전략과 교회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개회식- “평화나눔연구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값진 역할”
변화된 한반도 상황에 맞춰 ‘불확실성의 동북아 질서와 한반도 평화의 길’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추기경이 기조 연설을 했다.
염 추기경은 “평화나눔연구소의 다양한 활동들이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에 부합하는지 성찰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전파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1회의
- 전환기 미·중관계와 한반도 평화
제1회의에서는 ‘전환기 미·중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한반도 전략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주변국의 정세를 살피고 남북 간 성공적인 대화를 위해 어떤 움직임에 나서야 할지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미국의 대중정책과 한반도 전략’을 발표한 김현욱 교수(국립외교원)는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대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오게 된 것은 한국정부의 적극적 중재 노력과 미국의 대북제재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북·미 간 실무회담을 앞두고 실패 가능성을 낮추고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남·북·미 3자 협의체 구성을 시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미대화에서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을 낮추고 한국의 중재 방안에 대해 미리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미정책과 한반도 전략’을 발표한 이희옥 교수(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는 “미·중 간 정상회담이 정례화됐고 경제적 상호의존이 깊어진 상태에서 상호 정책을 구속하는 단계로 발전했다”면서도 미·중 양국은 협력할 때도 자국의 국가이익을 생각하며, 상대의 이익이나 손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가짜 친구(superficial friend) 게임’ 관계라고 정의했다.
한반도 상황에 대해 미·중 사이의 국력 차가 줄어들수록 양국이 한국에 자신에게 가까운 입장을 요구하는 강요도 빈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 한반도 문제는 주도권을 가지고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함을 강조했다.
■제2회의
- 평창 이후 남북관계의 전망과 우리의 대응
이어진 세션은 ‘평창 이후 남북 관계 전망과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열렸다. 이 세션에서는 남북 관계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방안 모색과 더불어 북한으로 향하는 인도적 지원이 재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인도적 지원’을 발표한 문경연 교수(전북대 지미카터 국제학부)는 북한을 향한 대북제재의 추이를 살폈다. 문 교수는 북한의 경제난은 지속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히며 영유아 영양실태도 취약한 상황임을 꼬집었다. 문 교수는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선택적 지원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남한이 민족공동체 기반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영유아와 임산부 및 가임기 여성에 대한 선택적 식량 지원이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기영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통일연구원)은 ‘평창 이후 남북 관계 전망과 대응 방향’을 주제로 “비핵화 카드를 내세우며 대화에 나선 김정은 정권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지금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며 북한의 의도를 내부적·외부적 요인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그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포함해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포괄적 합의 ▲남북정상회담 성과 기반, 미국·중국 등 주변국을 포함하는 다자안보 메커니즘 성사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의제, 합의, 이행과정을 전략적으로 설계 ▲남북정상회담의 지속성 확보 등 제3차 정상회담을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