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는 올리브, 무화과 나무와 더불어 팔레스타인 지방에 주로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성서에 보면 그래서 포도나무에 대한 비유 말씀이 많이 나옵니다. 즉 이스라엘은 포도밭이요, 하느님은 포도밭 주인으로 등장됩니다(예레 2, 21 이사 5, 1 호세 10, 1 에제 15, 1~8 등). 따라서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꿈과 소망이 담긴 선택 받은 백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라는 포도나무는 부실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정성을 들여 가꾸셨지만 기대했던 포도 열매는 맺지 못했습니다. 이파리만 무성했지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하느님은 수백 년 동안 기다리고 또 기다리셨지만 헛수고만 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은 계속 하느님을 배반했고 그들을 충고했던 예언자들을 오히려 박해하고 배척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스스로 하느님의 포도나무이기를 거부했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15, 1~8)에 보면 예수님 자신이 당신이야말로 새로운 포도나무라는 사실을 선언하십니다.『나는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그러시면서 덧붙이시기를『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그 가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이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포도의 열매를 기대하십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새로운 이스라엘이며 하느님의 꿈과 미래가 담긴 백성입니다. 그래서 주님이 우리에게 당부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떠나지 말라. 나도 너희를 떠나지 않겠다』(요한 15, 4).
오늘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너무도 고마운 말씀이고 너무도 각별한 애정의 말씀입니다. 얼마나 사랑하시면 우리가 당신과 늘 함께 있기를 원하셨겠습니까? 우리는 그래서 그분의 사랑을 알고 그분과 함께 사는 길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말을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분과 함께 있어야 된다고 해서 십자고상을 몸에 걸고 다니라는 것이 아니며 상본이나 묵주를 몸에 지니고 다니라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결혼한 어떤 신혼부부가 있습니다. 결혼은 몸과 마음의 결합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신랑 신부가 하루 종일 방에만 붙어 있어야 하느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남자는 밖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고 여자는 집안에서 살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며 더더구나 갈려진 사이는 아닙니다. 거리와 시간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그들은 늘 일치되어 있습니다. 바로 그 일치를 이루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최고의 비결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안 되는 것이 없이 소원 성취할 수 있습니다. 오늘 2독서(1요한 3, 18~24)에서는 그 말씀이 나옵니다. 우리가 양심이 떳떳하고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있을때 우리는 무엇을 구하든지 하느님께로부터 다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수께서는 더 분명하게 하셨습니다.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 또 내말을 간직해 둔다면 무슨 소원이든지 구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 7). 이처럼 소원 성취의 길이 하느님의 계명에 있으며 만사형통의 길이 주의 사랑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는데 우리가 계명을 지켜 주의 사랑 안에 머물게 되면 정말 걱정할 것이 없고 부러울 것이 없게 됩니다. 그것은 돈이나 권력이나 세속적인 것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수녀님과 함께 멧돼지 고기를 파는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한 일이 있는데 그때 종업원으로 일했던 어떤 아줌마가 아주 인상적으로 친절했습니다. 그분은 가난한 듯했지만 당당했으며 궂은 일을 하면서도 항시 생글생글 웃음을 지면서 손님들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참 좋은 분을 만나게 되었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때 자매가 그랬습니다.
『주님이 우리를 이렇게 만나게 해주셨어요』. 우리는 그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믿느냐고 물으니까 자기는 개신교 신자라고 하면서 가정이 어려워 30리 길을 버스를 타고 그곳 음식점에 와서 하루 종일 일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참 어려우시겠다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자 그녀가 그랬습니다.『주님이 다 채워주셔서 부족한 것은 없어요』. 그 말에 우리는 또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주님과 함께 있다면 무엇이 걱정이고 아무리 일이 많아도 주님이 거기 계시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 일 자체가 복이고 은혜이며 천국이고 행복입니다. 주님이 함께 계시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선택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꿈과 소망이 담긴 위대한 백성들입니다. 하느님은 특히 우리에게 열매를 기대하십니다. 여기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포도는 돈이나 지식이나 명예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계명과 떳떳한 양심, 그리고 이웃에 대한 사랑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포도의 열매를 영그는 일이요 또한 우리의 소원을 성취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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