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동·빈민사목위, ‘삼성전자 산재 희생자’ 위한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
“피해자와 연대하며 ‘부활의 증인’ 되겠습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촉구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빈민사목위원회가 4월 1일 서울 강남역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산재 희생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부활의 기쁨을 잠시 뒤로 하고 한국 사회 ‘거대한 힘’에 짓눌려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정수용 신부)와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나승구 신부)는 4월 1일 오전 서울 강남역 삼성 본관 ‘반올림’ 농성장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를 봉헌하고 삼성전자 산재 희생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정수용 신부 주례, 나승구 신부와 임용환 신부(서울 장위1동선교본당 주임) 등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한 이날 미사에는 삼성 산재 희생자 유가족들을 비롯해 수도자와 평신도 등 250여 명이 함께했다. 가장 약자이면서 가장 강한 자에게 맞서 정의를 외치는 이웃들과 한국교회가 연대한 시간이었다.
정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억하고 증언하는 사람들에 의해 부활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고 우리도 부활을 증언한다”며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부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론을 맡은 나 신부는 “삼성은 ‘또 다른 가족’이라는 광고 구호를 내세웠지만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어 돌아가신 분들을 가족에서 캐냈고, 이윤 추구가 최대 관심인 삼성은 노동자들에게는 죽음의 공간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병고와 죽음의 고통을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드러내 우리 모두의 슬픔으로 만드시고 우리를 산재 희생자들의 증인으로 삼으셨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부활이라는 의미에서 이 미사에는 숨겨진 생명을 품고 있는 산재 희생자들도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산재 희생자 문제는 삼성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사망 당시 23세)가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 폐암, 피부암, 림프종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18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가운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2007년~2018년 2월 제보된 사망자는 80명에 이른다.
고(故)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63)씨는 딸이 백혈병에 걸린 직후부터 삼성 측에 원인 규명과 산재 인정을 요구했지만 7년간 힘겨운 싸움 끝에 2014년에야 법원에서 산재 인정을 받았다.
황상기씨는 이날 미사에서 삼성 산재 희생자 유가족을 대표해 “도로에서 신호위반이나 과속을 해도 단속돼 범칙금을 내야 하지만 삼성에서 수많은 산재 희생자가 나오는데도 삼성의 부당,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해야 하는 정부 감독기관은 제대로 권한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삼성 산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반올림’ 활동을 지지·연대한다는 뜻으로 미사 봉헌금을 ‘반올림’ 계좌에 후원금으로 입금했다.
서울 노동사목위와 빈민사목위는 삼성 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 ▲배제 없는 보상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고 앞으로도 삼성 산재 피해자, 유가족들의 고통을 나누는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