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을 다녀오다
봄햇살 아래 걷는 공원 길, 당신을 안은 듯 따뜻합니다
김 추기경 생가 중심으로 추모기념관·정원 등 조성
따뜻한 체온 느껴지는 동상, 86개 계단으로 이뤄진 평화의 숲
공원 곳곳 사랑과 나눔의 숨결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교회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된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 한국교회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사의 큰 어른으로서 종교를 넘어 국민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김 추기경을 기억하는 공간이 경북 군위군에서 문을 열었다. 하느님 품에 오르기 전 마지막까지 나눔을 실천한 김 추기경을 떠올리며 3월 27일 개장한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원장 김성래 신부)을 다녀왔다.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입구에 설치된 김수환 추기경 상징조형물.
봄 햇살이 만연했던 3월 27일 오후, 경북 군위군 용대리 일대는 잔칫집에 온 듯 했다. 중앙고속도로 군위나들목에서 차로 10여 분. 짧은 거리지만, 가는 길 곳곳마다 김 추기경 기념공원 개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불거렸다. 또 올 한해 농사를 준비하며 바삐 움직여야 하는 시기임에도 공원으로 향하는 마을 주민들의 행렬이 계속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환하게 웃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 담긴 대형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로 밥이 되어 주십시오.” 생전 김 추기경이 강조하고, 당신 스스로도 몸소 실천했던 나눔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공원 개장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지역 정관계 인사 등 내·외빈 손님들은 공원을 둘러보며 김 추기경과의 추억을 나누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개장식에 참석한 지역주민들도 공원 곳곳을 둘러보며 김수환 추기경을 떠올렸다.
이곳 군위군 용대리는 김수환 추기경이 군위보통학교(현 군위초등학교)를 마치고 성 유스티노 신학교(소신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형 김동한(가롤로) 신부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2005년 대구대교구는 이웃 주민이 소유하고 있던 김 추기경의 생가를 매입해 당시 모습을 재현해 관리해왔다.
이날 경당에서 거행된 축복식에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생가터에 조성된 이곳 기념공원이 문을 열게 돼 뜻깊고, 한국교회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느님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했던 김 추기경의 아름다운 정신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고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장한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은 김 추기경 생가를 중심으로 그 일대 1만7282㎡에 추모기념관, 경당, 추모정원, 잔디광장, 십자가의 길, 평화의 숲 등으로 조성됐다. 김 추기경 생가는 1920~1930년대 옛 모습대로 재단장했다. 생가 앞쪽에는 우물과 옹기장수였던 김 추기경의 아버지 김영석(요셉)을 떠올려 옹기가마를 재현했다.
추모기념관에는 김 추기경의 유품과 영상 자료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기념관 입구에는 실물 크기의 김 추기경 동상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 특히 동상 뒤편에 적힌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김수환 추기경을 껴안아 보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따라 동상에 다가가면 김 추기경을 안은 듯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또 김 추기경의 삶을 함축적으로 타일작품으로 표현한 추모정원, 공원 전역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 향년 86세로 선종한 김 추기경을 추모하며 86개 계단으로 조성한 평화의 숲 등 공원 곳곳에서 솔선수범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사랑을 전한 김 추기경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개장식에 참석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김 추기경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처럼 잘 조성된 김수환 추기경 기념공원이 추모공간으로만 자리매김 할 것이 아니라 사랑과 나눔을 본받아 이웃에 실천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 기념공원은 2010년 타당성 분석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2015년 5월 착공해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유품과 다양한 자료가 전시된 추모기념관 내부.
3 월 27일 추모기념관 입구에 설치된 김 추기경 동상을 안아보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향년 86세로 선종한 김 추기경을 추모하며 조성한 86개 계단.
‘옹 기’로 꾸며져 있는 추모기념관 앞 광장.
최근 1920~1930년대 모습으로 복원한 김수환 추기경 생가.
■ ‘군위군청소년수련원’도 문 열어
한편 이날 김수환 추기경 기념공원과 함께 군위군청소년수련원(원장 장희만 신부)도 첫선을 보였다.
기념공원에서 500여 m 떨어진 옛 군위초등학교 용대분교 자리에 세워진 군위군청소년수련원은 9322㎡ 규모로 1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운동장, 미니캠핑장, 암벽등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수련원 원장 장희만 신부는 “군위군청소년수련원은 전국의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며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정신을 체험하고 수련할 수 있는 정신문화공간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군위군청소년수련원은 청소년들을 위한 특색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용한다.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