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남의 나귀를 가져오라는 분부를 받고 아무 군소리 없이 분부대로 가는 제자들의 태도는 주목할 만하다. 주님께 대한 무조건 순명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의 참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제자들을 이렇게 움직이게 한 것은 성령의 힘이었을 것이다.
하여튼 그들은 지정된 장소를 정확히 찾아갔다. 나귀는 주께서 말씀하신 대로 어떤 집 문 밖 길가에 매어 있었다. 이 집은 자기의 마당도 없는 가난한 서민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분부하신 대로 매어 있는 나귀를 풀었다.
이렇게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이야기 절차는 상식을 벗어나 있다. 상식적으로는 도둑으로 몰리는 상황이었다.
누가 뭐라고 하거든『주님이 쓰신다』고 말하고『되돌려 준다』고 말하라는 지시는 남의 것을 몰래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려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그 나귀를 왜 가져가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루가복음서는「거기에 있던 사람들」이「주인들」이라고 했다. 그 사람들은 아마도 나귀를 소유하고 있는 집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작 주인되는 사람은 나타나 있지 않다. 여기서 예수의 분부 말씀 중에『주님이 쓰시겠다고 일러라』고 한 주님이란 말은 예수께서 지금까지 줄곧 당신을 가리켜「사람의 아들」이라고 해오다가 처음으로 당신을「주님」이라고 지칭했다.
「주님」이란 호칭은 메시아를 지칭하는 그리스도론적인 호칭으로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예수를「주님」이라고 호칭해왔다. 이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을「주님」이라고 호칭한 것은 메시아의 출현의 때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그들의 양해가 성립되어 제자들은 나귀를 예수께 끌고 왔고 나귀 잔등에 자기들의 겉옷을 얹고 예수를 나귀에 태웠다.
이 일과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은 이스라엘의 즉위상을 연상케 한다. 구약성서에서 다윗왕이 아들 솔로몬을 왕으로 임명하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다윗왕이 제관 사독과 예언자 나단과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를 들게 하고 명령을 내렸다. 그대들은 내 신하들을 거느리고 나의 아들 솔로몬을 내 노새에 태워 기혼으로 내려가시오. 거기서 제관 사목과 예언자 나단은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 부어 왕으로 세우시오. 그런 다음 나팔을 불며「솔로몬왕 만세」를 외치시오』(열왕상 1, 32~34).
예리고에서 길가의 소경이 예수께서 지나가는 것을 보고「다윗의 아들」이라고 외쳤다(마르 10, 48 : 대목 268 참조). 지금 예수께서는 다윗의 아들로서 평화의 왕의 상징인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고 계시는 것이다.
예수를 에워싸고 따라오던 군중은 제각각 겉옷을 벗어 길가에 깔고 어떤 이는 나무 가지를 꺾어 예수께서는 가시는 길가에 깔았다. 이들은 모두 갈릴레아에서부터 예수를 따라온 사람들이었고 이들은 개선하는 왕이 도성에 입성할 때 도성 시민이 나와 왕을 환영하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지금 예루살렘 시민들은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왕 예후(기원 전 842~815)가 하느님의 선언으로 왕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겉옷을 벗어 그 가는 길에 깔았다. 그리고 그들은 큰 소리로 외쳤다.「예후는 왕이다」(열왕하 9, 13)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구약성서의 맥락을 이어 앞서거니 뒷서거니 행렬을 하며 예수를 메시아 왕으로 반기며 환호성을 올렸다.「다윗의 아드님께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가 온다. 찬양하세 하늘 높은 곳에 호산나.
「하늘에 평화 높은 곳에 영광!」(시편 118장 25~26)
행렬은 지금 올리브산을 내려오고 있었고 눈 앞에는 화려한 모습의 예루살람이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메시아는 올리브산을 내려와 성도에 들어 가신다(즈가 14, 4)은 예언서를 상기하고, 또 지금 따르고 있는 이 분이 많은 기적을 행하면서 하느님의 능력을 보여주신 것을 상기하며 성령으로 하느님의 임명을 받으신 분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은 메시아의 입성 행렬에 끼어 기쁨에 넘쳐 상기되어 있었다.
■「성서해설」순서 276번은 277번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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