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과 1백3위 한국 순교 성인 시성식 등으로 2백주년을 성대히 마감한 한국 천주교회가 총력을 다해 선교 3세기의 민족 복음화 사업에 발을 내디딘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톨릭신문은 94년 성소주일을 맞아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인 현황을 세부적으로 분석, 사제 성소 육성의 당위성과 한국 천주교회 영성 심화를 위한 수도자 양성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사제 증가 현황
84년 이후 부터 93년까지 10년간 수도회 사제를 포함한 한국 교회 한국인 사제 총수는 80%라는 괄목할 성장을 보였다.
교회 창설 2백주년 만에 한국인 사제 총수 1천 명을 넘긴 한국 천주교회는 84년 1천80명에 불과하던 사제 수를 10년 동안 무려 8백83명이나 늘여 93년에는 전국 사제 총수 1천9백63명을 기록했다.
지난 2백년간 배출했던 한국인 사제 수를 84년 이후 93년까지 불과 10년 만에 그와 맞먹는 8백83명의 사제를 양성했다는 것은 한국 천주교회가 성소 왕국임을 여실히 증명해준 대목이라 하겠다. 이는 실로 2백년간의 역사를 10년으로 앞당긴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국 교구 사제의 증가 수도 마찬가지다.
84년 전국 교구 사제 총수가 1천7명이던 것이 6년 후인 1990년에는 1천4백7명으로 4백 명이 늘었고, 그 3년 후인 1993년에는 역시 4백여 명이 늘어난 1천8백12명을 기록했다. 6년 만에 사제 수 4백 명이 증가한 것도 놀라운데 90년대를 접어들면서 그 성장 햇수를 반으로 줄인 것은 더욱 주목할 일이라 하겠다.
수도회 사제 증가 현황도 예외는 아니다.
84년 한국인 수도회 사제 수는 총 70명. 86년에는 오히려 선종한 사제들로 인해 수도회 사제 수가 65명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더니 점차 반전돼 91년에는 1백5명으로 1백 명 선을 넘어서고 93년에는 총 1백41명을 기록, 10년 사이에 수도회 사제 수가 두 배가 늘어나는 성장을 보였다.
한국 외방선교회의 사제 수도 마찬가지로 84년 4명에 불과하던 것이 10년 사이에 10명으로 불어났다.
이같이 총체적이고도 급속한 사제 성소의 증가에 대해 교회 당국자들은 각기 다양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지만『조선교구 설정 1백50주년과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행사 등 일련의 교회 대규모 행사를 통해 신자들의 신앙생활 의식의 향상과 성소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 증가가 원인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또한『각 교구 성소국의 체계적인 성소자 관리와 활성화된 예비 성소자 모임이 사제 성소 증가에 한 몫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인 사제 양성 수가 교구 사제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93년 수도회 사제 수가 한국인 사제총수의 14%에 불과한 것은 한국 천주교회 영성 심화의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교세 통계표에서 보듯이 비록 지난 10년 동안 수도회 사제 수가 2배로 증가해 수도회 사제 향성 전망을 밝게 하고 있지만 교구 사제 수와의 폭을 줄이기 위해선 수도성소에 관한 다양한 양성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수도성소 계발에 따른 교구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청된다.
■수도자 증가 현황
한국 천주교회의 수도성소는 84년 21개의 남자 수도단체가 93년 36개로 증가했고 여자 수도단체 역시 84년 44개에서 93년 74개로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수녀의 경우 84년 총 3천7백5명이던 것이 93년에는 2천9백68명이 늘어난 6천6백73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사의 경우 84년 2백10명이던 것이 93년에는 3백60명으로 1백50명이라는 저조한 신장세를 보였다.
남자 평수사 성소가 저조한 것에 대해 수도회 성소 담당자들은『한국 교회 전체적 분위기가 사제 성소 양성에만 집중돼 있을 뿐 수도 성소에 대한 교구 관계자들의 배려와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수도회와 교구 성소 담당자들 간의 적극적인 협력과 교류』를 기대하면서『신학교 교과 과정이나 주일학교 성소교육 프로그램안에 수도 성소에 대한 교육 내용을 꼭 가르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의 한 관계자는『여자 수도회의 경우 아직까진 많은 성소자가 지원하고 있어 수도자 양성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과도한 양성으로 인해 수도자의 신원의식 부족과 정체성 결여가 문제시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수도자 양성 기간에 축성생활의 본질에 대한 체험적 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하면서『이를 타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각 수도회의 카리스마를 구현해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결론
2백주년을 마무리하고 민족 복음화 3세기에 접어든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84년부터 10년간의 세월 동안 내외형적으로 급성장해왔다.
이에 부합하듯 사제 성소와 남녀 수도 성소가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온 것 역시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제 성소의 경우 교구 사제 양성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은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교구 사제 양성이 수도회 사제 성소보다 지나치게 높은 것은 신자들 사이에 사제들이 교회 안에서 정신적 영적 존재로서의 역할보다 교회 외적인 일에 주력하는 사목자로서의 인상이 뿌리 박힌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각 교구 내에 마련돼 있는 예비 신학교에서 사제 성소를 지망하는 성소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교구 사제 성소만을 계발시키고 있는 점도 지적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방적 교육은 다른 한 편에서 볼 때 집단 이기주의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완덕을 통해 아버지와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사제 직분을 비추어 볼 때 각 교구의 성소 담당자들은 성소자 개인의 소양과 적성에 따라 수도 성소도 배려해 주는 아량이 필요하겠다.
현재 서울대교구 성소국(국장=김자문 신부)의 경우 각 수도회 성소 담당자와 유대를 가지며 사제 성소 지망자 중 수도 성소에 소양이 있는 성소자의 정보를 나누고 있어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교구 사제 성소 양성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93년 12월 말 현재 사제 1인당 신자 수는 서울대교구의 경우 2천3백5명, 인천 3천3백50명, 수원 1천9백22명, 대구 1천3백98명, 부산 1천9백80명, 광주 1천9백 명 등 한국 천주교회 전체적으로 사제 1인이 맡아야 할 신자 수가 너무나 많다. 이는 복음화가 될수록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신자들의 교육과 신앙생활을 위해선 절대적인 사제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제2차 비타칸 공의회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은『성소 육성 사업은 시야를 넓혀 교구나 수도단체나 고유 전례 의식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2항 참조)고 가르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또한『가정들이 믿음과 사랑과 신심의 정신으로 살아가며 가정들이 마치「준비 신학교」와 같이 될 때 이 일이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가정이 성소의 온상이 될 때 올바른 성소 육성 사업이 전개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협력해야 할 의무가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에 있는 만큼 각 가정은 이번 성소주간을 맞아「준비 신학교」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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