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聖地巡禮)라는 용어는 이제 신자들에게 아주 익숙해졌다.
국내 유명 성지라면 한두군데 다녀오지 않은 신자가 없을 정도이며 웬만큼 성지에 관심있는 신자라면 더 이상 순례할 성지가 없어 대상지 선정에 고심할 정도로 신자들의 성지순례에 대한 열의 또한 대단하다.
이러한 성지순례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은 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착수한 한국교회의 성지개발에 이어 1백3위 순교복자의 시성추진운동으로 더욱 고조됐다고 볼 수있다.
또한 근년에 와서 한국신자들은 성지중의 성지이며、진정한 의미의 유일한 성지(Terra santa)인「팔레스티나」를 비롯「루르드」「파띠마」등 성모발현 장소를 중심으로한 세계적인 성지까지 순례의 폭을 넓혀나가고있다.
한국교회는 그 역사에 비해 성지를 많이 지니고 있다. 2백년 교회사 중 절반인 약 1백년간의 박해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했고、이에 따른 수많은 순교성지가 산재 해 있다.
그러나 이들 순교지를 중심으로한 한국성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0~20년에 불과하며 요즈음과 같은 활발한 성지순례도 근년들어서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성지개발의 역사가 일천하고 본격적인 신자들의 성지순례 역사도 짧기 때문에 성지개발에 따른 부작용과 함께 신자들의 성지순례에 임하는 자세에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성지는 지난해 5월 1백3명의 순교자가 성인반열에 오름으로써 이제 세계적인 성지로 부각되고 있어 특히 신자들의 성지순례에 임하는 자세가 교육을 통해 더욱 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지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으심、부활의 배경이 된 장소로서 초기 교부시대 이후의 그리스도교 문헌들에 종종 기록돼 있으나 성지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널리ㆍ사용된 것은 중세 시대 때 부터이다.
그리고 성지순례란 하느님과 관련된 거룩하고 성스러운 땅、성지(팔레스티나)를 방문하여 예배를 드리는 경신(敬神) 행위의 하나였다.
이 같은 성지순례의 기원은 뚜렷하지 않지만 유대교에서 이스라엘 남자들이 유월절、오순절、초막절 등 매년 3번씩 예루살렘의 성전에 가서 그들이 수확한 곡식을 바치던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후 성지순례는 그리스도교 시대에 들어와서는 하느님에 대한 흠숭의 의미뿐아니라 회개하는 행위、성인에 대한 존경의 행위、영적인 은혜를 받기위한 행위、은혜에 감사하기 위한 행위로 인식돼왔다.
초대 교회신자들은 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활하시고 하느님의 계시가 특별히 나타난「팔레스티나」를 항상 동경하고 순례했으며 그후에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로 물들여진「로마」에의 순례도 보편화됐다.
그런데 현대에는「팔레스티나」와「로마」이외에도「루르드」「파띠마」등 성모마리아가 발현한곳、그리고 성인들의 탄생지ㆍ순교지ㆍ유적지 등 순례의 대상범위가 확산돼 가고있다.
이같이 성지순례의 역사적 배경에서도 잘 나타나듯 신자들의 성지순례에 임하는 기본은 경건한 마음과 기도하는 자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신자 또는 단체 회원들의 친목도모 내지는 야유회를 겸한 행사의 일환으로 성지순례가 계획、추진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성지순례가 대형화되고 활성화되고는 있으나 성지순례에 임하는 자세에대한 교육의 소홀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대처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절두산 순교기념관장 박희봉 신부는『성지순례는 통상 야외에서 하기 때문에 소풍놀이 등으로 가볍게 생각하며、그러한 현상이 눈에 띄고있다』고 우려하고『성지순례에 앞서 본당에서는 순례할 성지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시켜 순교자들의 정신을 본받으려는 자세확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성지순례는 피정하는 마음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지순레를 예비자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실시하고 있는 서울 명동본당주임 김수창 신부는『성지순례는 순교자들의 정신과 삶과 죽음을 기억하고 배워서 오늘의 순교지(증거자)로 산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전제、『모든 성지 및 유적지에는 도로 안내판과 그 성지의 유래와 의미를 기록한 안내서를 만들어 순례자가 쉽게 찾아가고、또 성지의 의미를 잘 알 수 있게 해야한다』면서『순례의 의미를 잘 깨달으면 좋은 뜻으로 헌금할것이기 때문에 성지에서의 지나친 헌금 강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간의 문제점들은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예비자교육을 비롯 신자교육시 한국성인 및 순교자의 삶과 정신、그리고 성지순례에 임하는 자세를 교육시키고 교회사가들은 일선본당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시킬수 있도록 성지에 대한 개념과 순례정신을 정립시켜 나가야 할것으로 보여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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