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본당의 원로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은 항상 미사 10~15분 전에 성당에 오셔서 성가책, 기도서 등을 정리하시며 미사 준비를 하시는 분입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하시면서 항상 앉는 자리도 있는데요.
“암브로시오. 오늘 내가 평소보다 5분 늦게 왔는데, 그래도 다들 내가 앉는 자리라는 것을 잘 알 텐데…. 왜 내 자리에 앉는 건지. 오늘 미사 도중엔 분심이 들어 혼났어. 참~”이라 하시며 저에게 미소를 띠며 “오늘도 행복하게 보내~”라고 하십니다. “네, 회장님도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개나리와 벚꽃이 핀 아름다운 아침 길을 걷는데 자리에 대한 생각들이 오고 갑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이야기했던 일이 생각이 나네요.
지하철에서 젤 미운 사람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 사람이 지하철이 정류장에 도착해서 문 열리기 바로 직전에 일어서는 사람.
두 번째는? 금방 내릴 것처럼 전광판을 보고 들썩이며 곧 자리에 앉겠다는 기대를 하게끔 만들어 놓고 내리기는커녕 나보다 더 멀리 가는 사람.
세 번째는? 나의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나는 동시에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재빠르게 자리에 앉는 사람 등등. 이렇게 이야기 계속되는데 어르신 분이 두리번거리다 제 앞에 서시는 겁니다. 저는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죠. 다른 일행들은 모두 저희들이 가야 할 곳까지 자리에 앉아 갔는데 저 혼자만 끝까지 서서 갔습니다.
서서 가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자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정류장에 설 때마다 두리번두리번. 그러나 제가 서 있던 자리도 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밀려들어와 저는 옆으로 밀려나 버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양보했던 어르신이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아~, 역시 내 자리가 아니었어”라고 속으로 외치던 지하철 사건. 오늘의 나의 삶의 자리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현재 자리하고 있는 자리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성찰이 되는군요. 과연 그 곳이 나에게 맞는 자리인지, 혹 다른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지 그 자리에서 나는 나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지, 아님 나로 인해 다른 이들이 방해를 받거나 나로 인해 상처를 받지는 않는지. 아님 내가 있어야 할 나의 빈자리를 찾지 못하고 오늘도 헤매고 있지는 않은지. 빈 벤치에 앉아 두 다리를 쭉 펴고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해봅니다. 나의 자리, 내가 있어야 할 자리, 나의 빈자리를 찾아서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끝>
김종환
(암브로시오·62·안양대리구 별양동본당)